【판시사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호에 따라 부부간 명의신탁이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된 경우, 명의신탁약정이 사망한 배우자의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호는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약정과 그 약정에 기하여 행하여진 물권변동을 무효로 보는 위 법률 제4조 등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의신탁을 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그 명의신탁관계는 재산상속인과의 사이에 그대로 존속한다고 할 것인데,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의 문언상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신탁등기의 성립 시점에 부부관계가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부부관계의 존속을 그 효력 요건으로 삼고 있지 아니한 점, 부동산실명법상 제8조 제2호에 따라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 부부간 명의신탁에 대하여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 등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다시 무효화하는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부부간 명의신탁이라 하더라도 조세포탈 등 목적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므로 부부관계가 해소된 이후에 이를 그대로 유효로 인정하더라도 새삼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가 훼손될 위험성은 크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에 따라 부부간 명의신탁이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다면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은 사망한 배우자의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주 문】
원심판결 중 원심판결 별지 목록 제2 내지 4부동산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채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다면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한편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당사자가 청구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하고, 그 청구는 청구원인에 의하여 특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46647 판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는 제1심에서 자신의 처인 망 소외 1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원심판결 별지 목록 제5 내지 8부동산에 관하여는 그 중 각 1/2지분에 한한다. 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은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순번에 따라 단순히 ‘이 사건 제○부동산’이라 한다)을 명의신탁하였다고 주장하며, 망인의 권리의무를 단독으로 상속한 피고(망인이 이혼한 전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원고는 고의로 망인을 살해하여 민법 제1004조 제1호에 따라 그 상속인이 될 수 없었다)를 상대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였고, 제1심은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모두 인용한 사실, ② 원심은 원고 및 피고 소송대리인에게,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호는 부부간 명의신탁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바, 가사 원고와 망인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체결되었고 그 약정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망인의 권리의무를 단독으로 상속한 피고와 사이에도 그 약정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는지 여부’에 관한 석명준비명령을 발령한 사실, ③ 이에 원고 소송대리인은 ‘명의신탁을 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그 명의신탁관계는 그 재산상속인과의 사이에 존속하는 것이고, 이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살해하여 상속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하는 한편, 이와 달리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인정될 경우에 대비하여 원고가 이른바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제1, 5 내지 8부동산에 관하여는 망인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수자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제2부동산에 관하여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망인 명의 등기의 말소등기절차 내지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제3, 4부동산에 관하여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한 사실, ④ 원심은, 원고가 원심에서 주위적 청구로 종전의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와 선택적으로 원고와 망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추가하였다고 보아, 원심에서 추가된 선택적 청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석명권의 행사 범위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부부 사이인 원고와 망인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이 망인의 사망에 따라 그 명의수탁자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와의 사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 원고의 주장이나 제1심의 판단에 의문을 품고(다만 이러한 의문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아니함은 아래 직권판단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이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이 없다.
한편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에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라는 종전 청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인정될 경우에 대비하여 부동산 매수자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거나 매도인을 대위하거나 직접 망인 명의 등기의 말소등기절차 내지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을 뿐 원심판단과 같이 원고와 망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주위적 청구에 선택적으로 추가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관하여는 당사자가 주장한 청구에 관하여는 심판하지 아니하고, 주장하지 아니한 청구에 관하여 심판함으로써 처분권주의를 위반하는 잘못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상고이유 제3, 4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망인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소외 2가 제1심에서 ‘원고가 안산에 있는 땅과 수자원공사에서 나온 보상금으로 모텔 신축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하면서 소외 2의 증언을 사실인정의 자료로 사용한 사실, 소외 2는 그 후 위 증언과 관련하여 ‘사실은 모텔 신축자금의 출처에 대해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약식 기소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외 2의 증언을 제외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나머지 증거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의신탁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이 달라질 개연성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원고와 망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하였음을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이 처분권주의 원칙에 위반하여 파기되어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명의신탁 무효에 따른 신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당부를 다투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상고이유 제6점에 관하여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서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마. 상고이유 제7점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하지 않았던 사유를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바. 상고이유 제8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와 망인 사이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된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제2 내지 4부동산의 점유·사용에 따른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아니함은 아래 직권판단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으나, 명의신탁 사실 자체가 인정되는 이상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이 부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부분 나머지 상고이유의 주장은 자유심증주의의 법리에 따른 사실심의 증거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직권으로 판단한다.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는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약정과 그 약정에 기하여 행하여진 물권변동을 무효로 보는 위 법률 제4조 등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의신탁을 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그 명의신탁관계는 그 재산상속인과의 사이에 그대로 존속한다고 할 것인데,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의 문언상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신탁등기의 성립 시점에 부부관계가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부부관계의 존속을 그 효력 요건으로 삼고 있지 아니한 점, 부동산실명법상 제8조 제2호에 따라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 부부간 명의신탁에 대하여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 등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다시 무효화하는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부부간 명의신탁이라 하더라도 조세포탈 등 목적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므로 부부관계가 해소된 이후에 이를 그대로 유효로 인정하더라도 새삼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가 훼손될 위험성은 크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에 따라 부부간 명의신탁이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다면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은 사망한 배우자의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인 망인에게 명의신탁한 사실, 망인은 원고에 의해 살해당했는데 남편인 원고가 민법 제1004조 제1호가 정한 상속 결격사유에 해당함에 따라 아들인 피고가 그 권리의무를 단독으로 상속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망인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가 정한 부부간 명의신탁에 해당하여 유효라고 인정하면서도, 원고와 망인의 명의수탁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망인 사이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은 망인의 명의수탁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 피고와의 사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 되었음을 전제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부동산 자체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2호가 정한 부부간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원심판결 중 이에 해당하는 부분은 이 점에 있어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제2 내지 4부동산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