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32458 판결
【판시사항】
[1]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는 경우,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제1항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3] 민법 제162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2]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3]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공2001하, 1586)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공2012상, 995)
【전 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3. 26. 선고 2013나193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이 2012. 1. 20.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대전지방법원 2012개회2721)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피고의 채권을 개인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2조 제3호는 이러한 경우 시효가 중단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승인이라고 할 것이고 시효완성 후의 채무자의 승인은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았고, 나아가 위 개인회생신청이 개시결정 없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시효이익 포기가 무효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소외인이 이 사건 배당기일인 2013. 6. 5. 피고의 위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피고에게 5,000만 원이 배당됨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은 점에서도, 소외인은 피고의 채권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원심은 피고의 시효이익 포기 항변을 받아 들여, 피고의 위 채권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그 배당액의 삭제 등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위 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사실, 소외인이 2012. 1. 20. 위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 당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채권액 5,000만 원을 기재하고, 그 부속서류인 별제권부채권 내역에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5,000만 원, 이 사건 부동산의 환가예상액을 1억 1,000만 원, 별제권 행사로도 변제받을 수 없는 피고의 채권액을 0원으로 기재한 사실, 법원은 소외인의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그 무렵 피고가 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송달받았다거나 위 목록 제출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 증명이 없다.
이 사건에서 소외인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할 당시에 피고의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법적 효과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 발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멸시효기간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통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담보권 실행을 못하게 하는 한편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여 궁극적으로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피고의 근저당권부 채권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소외인에게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는데, 이 사건 배당기일에서 소외인이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소외인의 채권자인 원고가 소외인을 대위하여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 사건 배당이의를 제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피고의 채무 변제에 충당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외인이 배당절차에서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피고의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여 제출한 사정이나, 소외인이 직접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중시하여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 후 각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고영한 김창석(주심) 조희대
[2]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는 경우,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84조 제1항 [2]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 민법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3] 민법 제162조, 제168조 제3호, 제184조 제1항, 제4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2]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공2013상, 547)
[3]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공2001하, 1586)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공2012상, 995)
【전 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4. 3. 26. 선고 2013나193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효과의사를 필요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인이 2012. 1. 20.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대전지방법원 2012개회2721)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피고의 채권을 개인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2조 제3호는 이러한 경우 시효가 중단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승인이라고 할 것이고 시효완성 후의 채무자의 승인은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았고, 나아가 위 개인회생신청이 개시결정 없이 기각되었다고 하여 시효이익 포기가 무효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소외인이 이 사건 배당기일인 2013. 6. 5. 피고의 위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피고에게 5,000만 원이 배당됨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은 점에서도, 소외인은 피고의 채권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원심은 피고의 시효이익 포기 항변을 받아 들여, 피고의 위 채권의 시효소멸을 이유로 그 배당액의 삭제 등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3호에서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위 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사실, 소외인이 2012. 1. 20. 위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 당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채권액 5,000만 원을 기재하고, 그 부속서류인 별제권부채권 내역에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5,000만 원, 이 사건 부동산의 환가예상액을 1억 1,000만 원, 별제권 행사로도 변제받을 수 없는 피고의 채권액을 0원으로 기재한 사실, 법원은 소외인의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한편 그 무렵 피고가 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송달받았다거나 위 목록 제출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 증명이 없다.
이 사건에서 소외인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제출할 당시에 피고의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의 법적 효과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 발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멸시효기간 완성 후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통상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중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담보권 실행을 못하게 하는 한편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여 궁극적으로 채무에 대한 면책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피고의 근저당권부 채권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그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소외인에게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채권의 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는 근저당권이 실행되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경락되고 그 대금이 배당되어 채무의 일부 변제에 충당될 때까지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면, 경매절차의 진행을 채무자가 알지 못하였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는 채권자의 지위에서 독자적으로 소멸시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109500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자를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을 원용하였다면, 시효의 이익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2008. 6. 20.경 그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는데, 이 사건 배당기일에서 소외인이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소외인의 채권자인 원고가 소외인을 대위하여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 사건 배당이의를 제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피고의 채무 변제에 충당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외인이 배당절차에서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피고의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여 제출한 사정이나, 소외인이 직접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배당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중시하여 소외인이 소멸시효 완성 후 각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원고, 항소인】
【피고, 피항소인】
【변론종결】 2014. 3. 12.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13. 11. 7. 선고 2013가단23591 판결
【주 문】
1. 원고의 항소와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대전지방법원 2011타경17359 부동산강제경매 신청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3. 6. 5. 작성한 배당표 중 원고에 대한 배당액 2,093,056원을 9,090,467원, 12,862,875원을 55,865,464원으로, 피고에 대한 배당액 50,000,000원을 0원으로 각 경정한다.
예비적으로, 소외 1(대판: 소외인)이 2013. 6. 5. 피고에게 한 대전 중구 (주소 생략)아파트 제○동 △△△호에 관하여 대전지방법원 남대전등기소 1998. 6. 20. 접수 제16329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소멸되는 시효이익포기 의사표시를 취소한다. 대전지방법원 2011타경17359 부동산강제경매 신청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3. 6. 5. 작성한 배당표 중 원고에 대한 배당액 2,093,056원을 9,090,467원, 12,862,875원을 55,865,464원으로, 피고에 대한 배당액 50,000,000원을 0원으로 각 경정한다.라는 판결을 구함(원고는 당심에 이르러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변경 전 주식회사 정리금융공사)는, ① 파산자 대전제일신용협동조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소외 2, 소외 1, 소외 3에 대하여 제기한 소송(대전지방법원 2003가소294077)의 이행권고결정 내지 확정 판결에 따른 채권을 양수함에 따른 양수금 채권, ② 한길종합금융의 소외 1, 소외 4에 대한 채권을 양수한 후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대전지방법원 2004가단63030)의 확정 판결에 따른 채권, ③ 대전상호신용금고의 소외 2, 소외 1에 대한 채권을 양수한 후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대전지방법원 2009가소120185)의 이행권고결정 내지 확정 판결에 따른 채권, ④ 보문신용협동조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소외 2, 소외 5, 소외 1에 대하여 제기한 소송(대전지방법원 2003가소114546)의 이행권고결정에 따른 채권을 양수함에 따른 양수금 채권, ⑤ 파산자 충일상호신용금고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소외 2, 소외 1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대전지방법원 2005가소5721)의 이행권고결정 내지 확정 판결에 따른 채권이 있다.
나. 한편 위 소외 1 소유의 대전 중구 (주소 생략)아파트 제○동 △△△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는 1998. 6. 20. 피고 앞으로 채권최고액 5,000만 원(원금 5,000만 원), 채무자 소외 1, 근저당권자 피고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라 한다)가 마쳐졌다.
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여 그에 따라 대전지방법원 2011타경17359호로 강제경매개시결정이 내려져 경매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집행법원은 이 사건 부동산이 매각된 후 진행된 배당절차에서 2013. 6. 5. 근저당권자인 피고를 1순위로 하여 피고의 채권최고액 5,000만 원 전액(원금 5,000만 원)을, 원고에게는 채권자 및 배당요구권자로서 각 2,093,056원(원금 25,616,540원)과 12,862,875원(원금 157,426,449원)을 배당하였고, 이에 원고는 배당기일에 피고에 대한 배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상호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5, 갑 제2호증의 1 내지 3, 갑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피고가 위 소외 1에 대한 채권이 없음에도 소외 1과 통정하여 마친 무효의 등기이거나, 피고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권은 적어도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일인 1998. 6. 20.부터 10년이 경과하여 시효로 소멸하였다(원고는, 소외 1에 대한 채권 보전을 위해 소외 1을 대위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다). 가령 소외 1이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한다면, 소외 1이 2013. 6. 5. 피고에게 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대전지방법원 남대전등기소 1998. 6. 20. 접수 제16329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소멸되는 시효이익포기 의사표시는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따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피고에게 배당된 금액 전액이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채권액에 안분하여 청구취지와 같이 배당표가 경정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우선,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피고가 소외 1에 대한 채권이 없음에도 소외 1과 통정하여 마친 무효의 등기라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1, 2, 4호증, 을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은 피고에 대하여 5천만 원의 채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결국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1) 다음으로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된 1998. 6. 20.부터 10년(2008. 6. 20.)이 훨씬 경과하였음은 역수상 분명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앞으로 마쳐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 1이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을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은 2012. 1. 20.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대전지방법원 2012개회2721)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피고의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호는 이러한 경우 시효가 중단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승인이라고 할 것이고, 시효완성 후의 채무자의 승인은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할 것이므로(시효완성 후에 채무를 승인한 때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44872 판결 참조), 소외 1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소외 1이 신청한 개인회생신청이 개시결정없이 기각되었으므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도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법에는 개인회생신청이 개시결정없이 기각되는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는 규정이 없고 달리 이를 무효로 해야 할만한 사유도 없으며, 민법 제170조 제1항(재판상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을 이에 유추적용할 것도 아니라고 보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또한 소외 1은 이 사건 배당기일인 2013. 6. 5.,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기하여 5천만 원이 피고에게 배당됨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원, 피고 모두 다툼이 없는데, 이 점에서도 소외 1은 피고의 채권을 승인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의 시효이익 포기항변은 이유 있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인데, 위 2013. 6. 5. 배당기일에 소외 1이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것은 결국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로서 이는 사해행위이므로 예비적 청구로 이를 취소하고, 청구취지와 같이 배당표가 경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이미 2012. 1. 20.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채권자목록에 피고의 채권을 기재하여 피고에 대한 채권을 승인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였고 따라서 그 효력이 유지되는 이상, 2013. 6. 5.에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점을 별도로 사해행위라고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원고가 당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