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113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10. 4. 29. 2007헌바144)
【판시사항】
1.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여 유류분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이하 ‘이 사건 가산조항’이라고 한다)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가산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민법 제1118조 중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부분(이 하 ‘이 사건 준용조항’이라고 한다)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4. 이 사건 준용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유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이러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유류분권리자의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된다. 나아가, 증여받은 목적물이 처분되거나 수용된 경우 수증자는 그 처분이나 수용으로 인하여 얻은 금원 등의 이용기회를 누리는 점,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이르러 처분 당시나 수용시보다 낮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산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가사 양자를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증자가 자신이 얻은 이익보다 많은 이익을 유류분으로 반환하여야 하는 특별한 경우의 문제는 이 사건 가산조항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개시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된 증여재산의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상승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가산조항으로 인하여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할 수도 없다.
3.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유류분권리자의 보호와 공동상속인들 상호간의 공평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준용조항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된다. 나아가, 공동상속인인 수증자가 받은 증여는 상속분의 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점, 대법원이 민법 제1008조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특별수익에 해당하는 증여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점,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청구할 수 있는 증여가 법정상속분의 일부로 그 범위가 제한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공동상속인의 증여재산은 그 증여가 이루어진 시기를 묻지 않고 모두 유류분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하도록 하는 이 사건 준용조항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준용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증자와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유류분권리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의 경우에 수증자가 받은 증여재산은 상속분의 선급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시기에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함이 타당한 반면, 공동상속인이 아닌 수증자의 경우 그 증여재산을 유류분의 기초재산에 무제한적으로 산입하여 사후에 반환을 가능하게 한다면 거래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준용조항이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와 공동상속인이 아닌 수증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한정위헌의견
민법 제1008조를 준용하여 수증자의 유류분에서 수증재산을 공제하는 것은 수증자의 유류분을 조정할 뿐이고 피상속인의 처분 결과나 다른 수증자의 재산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준재산에 포함되는 산입재산의 범위를 넓히면 그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부인하는 범위도 커지게 된다. 그래서 민법 제1114조에 의하여 산입재산의 범위를 제한하고 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유류분 청구의 대상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거나 유증받은 수증자가 유류분을 청구한 경우에도 민법 제1113조에 의하여 유류분 산정의 기준재산에 포함되는 산입재산의 범위는 민법 제1114조에 따라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의 1년간 증여한 재산과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재산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렇게 산출된 유류분에서 민법 제1008조에 따라 수증자의 수증재산을 공제하여 유류분을 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와 같이 피상속인의 상속인에 대한 증여나 유증은 민법 제1114조에 불구하고 그 시기나 해의(害意) 유무를 불문하고 모두 민법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준재산의 범위에 포함되고 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으로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거나 필요한 한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과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3조 (유류분의 산정) ①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
② 생략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8조 (준용규정) 제1001조, 제1008조, 제1010조의 규정은 유류분에 이를 준용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23조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008조 (유언의철회) ①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② 유언자는 그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2조 (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상속인의 유류분은 다음 각호에 의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2.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3.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4.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4조 (산입될 증여)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전에 한 것도 같다.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5조 (유류분의 보전) ①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유증가액의 비례로 반환하여야 한다.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6조 (반환의 순서)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1117조 (소멸시효)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520, 97스12 판결
【당 사 자】
청 구 인 임○춘
대리인 변호사 이태환
당해사건부산고등법원 2007나11132, 11149(병합) 소유권이전등기 등
【주 문】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 및 제1118조 중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임○관(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6. 4. 10. 사망하여 그 아들인 청구인, 딸인 임○자, 임□자, 임○남, 임○란, 임△자가 망인의 재산을 상속하게 되었는데, 이들의 상속분은 각 6분의 1이다.
(2) 청구인은 망인으로부터 ① 1990. 10. 5. 별지 제1부동산 목록 1, 4, 5, 7, 9 내지 13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1990. 9. 7.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② 2006. 3. 29. 같은 목록 2, 3, 6, 8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06. 3. 15.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③ 1990. 10. 5. 별지 제2부동산 목록 1 내지 11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1990. 9. 7.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각 경료받는 한편, ④ 부산광역시가 2004. 5. 28. 망인에게 지급한 망인 명의의 별지 제2부동산 목록 12, 13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협의취득보상금 132,815,000원을 증여받았다(이하 별지 제1, 2부동산 목록 기재 각 부동산 중 별지 제2부동산 목록 12, 13 기재 각 부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과 협의취득보상금을 합하여 ‘이 사건 증여재산’이라 한다.).
(3) 한편 별지 제2부동산 목록 1 내지 11 기재 각 부동산은 청구인이 타인에게 매도하거나 부산광역시가 협의취득하였는데, 상속개시시의 위 각 부동산의 시가는 합계 644,414,670원이다.
(4) 임○자, 임□자, 임○남, 임○란은 부산지방법원에 청구인을 상대로 유
류분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06가합17563, 17570(병합)}, 위 법원은 2007. 5. 16.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에 항소를 하였고{부산고등법원 2007나11132, 11149(병합)}, 그 소송계속 중 위 법원에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의해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수증자가 증여재산을 처분한 경우나 증여재산이 수용된 경우에도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하는 것과 민법 제1114조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수증자인 경우 증여가 이루어진 시기에 관계없이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7카기169) 위 법원이 2007. 11. 23.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12. 2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3조 제1항과 제1114조를 심판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먼저 민법 제1113조 제1항의 경우 청구인은 유류분의 산정방법 중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 부분과 채무의 공제 부분에 대하여는 위헌 주장을 하지 않고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위헌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심판의 대상을 민법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다음으로 민법 제1114조의 경우 위 조항이 “증여는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민법 제1118조에 의하여 유류분에 준용되는 민법 제1008조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에 의하여 특별수익을 한 자가 있는 경우
에는 민법 제1114조의 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고, 따라서 그 증여는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류분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참조). 당해 법원도 민법 제1114조가 아닌 민법 제1118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1008조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심판의 대상을 민법 제1114조가 아닌 민법 제1118조 중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부분으로 변경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113조(유류분의 산정) ①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 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
제1118조(준용규정) 제1001조, 제1008조 , 제1010조 의 규정은 유류분에 이를 준용한다.
[관련조항]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된 것)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
제1112조(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상속인의 유류분은 다음 각 호에 의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2.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3.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4.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제1114조(산입될 증여) 증여는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제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 ①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유증가액의 비례로 반환하여야 한다.
제1116조(반환의 순서)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
제1117조(소멸시효)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 주장의 요지
(1)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목적은 증여자의 의사에 따라 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추구는 물론 수증자의 행복도 바라는 것일 뿐 아니라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임의로 관리 및 수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사유재산권 보장 및 사적자치의 실현을 위해 불가결한 것이다. 이러한 사유재산권 보장 및 사적자치의 원칙은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함에 있어서도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수증자의 행복추구권이 보장되게 된다.
(2) 그런데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이 상속개시시에도 현물로 그대로 잔존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이 별 문제가 없으나,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을 수증자가 처분한 경우 혹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증여재산을 수용한 경우에도 그 현물이 현존하는 것으로 보아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를 하여 유류분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으로 산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특히 개발이 성행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용이 되어 버린 뒤 한참의 세월이 지나 증여자가 사망하면 그사이 증여재산의 가치가 폭등하여 수증자는 자신이 얻은 이익보다 몇십 배 이상을 반환해야 하고, 유류분권리자는 수증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는바, 이는 공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3) 민법 제1114조 단서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에 대한 해석에서 피상속인의 증여시점에 따라 유류분권이 침해되는 증여 부분만을 포함시키지 아니하고, 유류분권 침해 여부나 시점에 관계없이 모든 증여재산을 포함하여 유류분의 기초재산을 산정하는 것은 수증자의 사유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된다고 할 것이다.
(4) 따라서 민법 제1113조 제1항 및 제1114조 단서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23조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1) 민법의 유류분제도는 재산처분의 자유·유언의 자유와 근친자의 상속권 확보에 의한 생활보장의 필요성과의 타협의 산물로 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도로, 이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여 법률상 상속인 등에게 귀속되는 것이 보장된 상속재산 중의 일정비율, 즉 상속재산 중 상속인 등에게 유보되는 몫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위와 같은 유류분제도의 취지에 따른다면 유류분권은 관념상 상속개시와 동시에 확정되는 것이므로 공동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은 기간의 제한 없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유류분 산정 재산가액의 평가 기준시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2) 다만, 이러한 기준에 의할 경우 증여받은 재산이 상속개시 전에 제3자에게 양도되거나 수용되는 등으로 처분된 이후 상속개시시에 그 가액이 현저하게 증가한 경우에는 일응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불합리한 점이 야기될 수 있으나,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이 반드시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이르러 처분 당시의 가격보다 낮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점, 수증자가 처분으로 인해 취득한 금원 등의 이용기회를 배타적으로 누린 점 등을 참작해 보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액의 산정에 있어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한 민법의 규정은 사유재산보장, 사적자치 및 공평의 원칙을 침해하거나 증여자 및 수증자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 의견의 요지
(1) 적법요건에 대하여
청구인은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의하면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을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그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고 규정하여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포함될 재산과 공제될 채무의 범위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기초재산의 평가시기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우리 민법상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관한 평가시
기는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 결정될 뿐이고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의해서 직접 규율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법 제1113조 제1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그리고 청구인은 민법 제1114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 제1118조에 의하면 제1008조가 유류분에도 준용되도록 되어 있고,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유류분이 문제되는 경우 민법 제1008조가 적용되고 민법 제1114조는 적용되지 않는데, 청구인은 망인의 자녀로 공동상속인이므로 민법 제1114조는 당해 사건에 적용될 여지가 없어 민법 제1114조에 대한 헌법소원은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2) 본안에 대하여
(가) 우리 민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의 1년간 행한 증여를 포함시키되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경우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민법이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 없이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유류분제도의 실효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나) 우리 민법이 유류분제도를 채택하여 상속재산 중 일정비율을 유류분권리자에게 유보시키는 제도를 취하고 있는 이상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 평가시기를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우리 민법에 의하면 유류분은 관념상 상속개시와 동시에 확정되므로,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의 평가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고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증여시기를 기준으로 그 재산의 가액을 평가하게 된다면 피상속인의 증여시기에 따라 유류분의 기초재산이 변동되어 유류분권리자의 권리를 해할 가능성이 크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가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나, 유류분제도는 개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와 가족공동체의 존속보장을 조화롭게 규율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로서, 이러한 민법 규정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수증자와 수증자의 이익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의 상속분이 줄어들게 되는 유류분권리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차별취급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가사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유류분제도의 개념상 유류분권은 상속개시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기초재산을 평가하여야 하고,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증여시를 기준으로 기초재산을 평가하게 된다면 그 이후의 재산가치의 상승이 전혀 고려되지 못하게 되어 수증자가 그 처분으로 인하여 얻은 금원 등의 이용기회를 평가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유류분권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차별취급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청구의 적법성 여부
청구인의 주장은,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의해 유류분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을 수증자가 처분한 경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증여재산을 수용한 경우에도 그 증여재산이 현존하는 것으로 보아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고, 민법 제1114조를 해석함에 있어 공동상속인이 수증자인 경우 유류분권 침해 여부나 시점에 관계없이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인데, 이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의 해석 내지 그 법률이 어느 경우에 적용되는가를 확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이 한도 내에서는 헌법재판소로서도 법률의 해석 내지 그 적용에 관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며,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을 수증자가 처분한 경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증여재산을 수용한 경우에도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하는 것과 공동상속인이 수증자인 경우 유류분권 침해 여부나 시점에 관계없이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결국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을 수증자가 처분한 경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증여재산을 수용한 경우에도 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하는 것과 유류분권 침해 여부나 시점에 관계없이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헌법재판
소의 판단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5. 5. 25. 91헌바20, 판례집 7-1, 615, 626;헌재 1998. 7. 16. 97헌바23, 판례집 10-2, 243, 251-252;헌재 2001. 8. 30. 2000헌바36, 판례집 13-2, 229, 231-232 참조).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민법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의 위헌 여부
(1) 쟁 점
이 부분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의 기초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상의 재산권,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2) 재산권의 침해 여부
(가) 심사기준
우리 재판소는 이미 상속권을 재산권의 일종으로 보고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헌재 1998. 8. 27. 96헌가22등, 판례집 10-2, 339, 356-357; 헌재 2004. 10. 28. 2003헌가13, 판례집 16-2하, 76, 8 1;헌재 2008. 2. 28. 2005헌바7, 판례집 20-1상, 221, 227 참조), 민법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의 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하여 이러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나) 판 단
1)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유언의 자유와 근친자의 상속권 확보에 의한 생활보장의 필요성과의 타협의 산물로 입법화된 것으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것이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이다.
기본적으로 유류분권 또는 유류분권리자로서의 지위는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권리, 구체적인 권리자로서의 지위가 확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기초가 되는 재산의 평가시기를 일률적으로 정해 놓는 것이 유류분권리자나 수증자의 입장에서도 불안정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면이 있다. 물
가나 화폐가치는 항상 변동하는 것이고 평가시기가 확정적이지 않다면 유류분의 산정과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오히려 불안과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의 평가시기를 특별수익이 되는 증여를 포함하여 모두 상속개시시로 정하는 것은 유류분권리자를 보호하고, 유류분반환청구에 관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와 관련하여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처분한 경우나 증여받은 재산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수용된 경우에는 처분시나 수용시를 기준으로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수익을 받은 공동상속인 또는 수증자가 그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나 증여재산이 수용된 경우에 그 처분 시나 수용 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을 평가하게 된다면 증여재산을 처분하지 않거나 증여재산이 수용되지 않은 다른 공동상속인 또는 수증자와의 형평의 문제가 발생하고, 또 평가시기가 증여재산마다 개별화될 뿐만 아니라 유동적으로 되어 다른 유류분반환의무자의 지위를 매우 불안정하게 하며, 수증자가 증여받은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그 처분으로 인하여 얻은 금원 등의 이용기회를 평가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유류분권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는 특별수익자의 상속분, 구체적 상속분 산정을 위한 기여분의 평가시기와 동일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유류분, 기여분, 특별수익분은 모두 각 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법 제1008조의2는 기여분의 산정시기를 상속개시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 특별수익재산, 구체적 상속분의 산정시기 등도 상속개시시로 보아야 한다.
아울러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이르러 반드시 증가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이르러 처분 당시의 가격보다 낮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그렇다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유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이 유류분권리자의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증여받은 목적물이 처분되거나 수용된 경우 수증자는 그 처분이나 수용으로 인하여 얻은 금원 등의 이용기회를 누리는 점,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이르러 처분 당시나 수용 시 보다 낮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평등권의 침해 여부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민법 제1113조 제1항이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증여재산을 처분한 경우나 증여재산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수용된 경우에도 증여재산 처분 당시나 수용 당시가 아닌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을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처분·수용 후 증여재산의 가액이 현저히 증가한 경우 수증자가 취득한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유류분권리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 심사기준
헌법재판소는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으로서,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헌재 2002. 10. 31. 2001헌바59, 판례집 14-2, 486, 498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넓은 규제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재산권의 일부 제한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이므로 완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고, 그에 관한 구체적 심사요건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지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관련된 차별취급의 존재 여부와 이러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면 이를 자의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다) 판 단
먼저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수증자와 피상속인의 사망 후 수증자에게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유류분권리자를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가사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 모두 상속인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어 양자를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증자가 자신이 얻은 이익보다 많은 이익을 유류분으로 반환하여야 하는 특별한 경우의 문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증여재산을 처분하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증여재산이 수용되었는데 상속개시시에 그 증여재산의 가액이 상승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별개의 요인이 추가됨으로써 생기는 효과일 뿐이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증여재산을 처분하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증여재산이 수용되었지만 상속개시 시에 가액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할 수도 없다.
(4)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헌법 제10조 전문의 행복추구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어서,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헌재 2002. 8. 29. 2000헌가5등, 판례집 14-2, 106, 123;헌재 2007. 4. 26. 2003헌마947등, 판례집 19-1, 514, 530 참조).
나. 민 법 제1118조 중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부분의 위헌 여부
(1) 쟁 점
이 부분 사건의 쟁점은 공동상속인의 증여재산은 그 증여가 이루어진 시기를 묻지 않고 모두 유류분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헌법상의 재산권,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2) 재산권의 침해 여부
(가) 심사기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재판소는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상속권 내지 재산권 침해 여부도 이러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나) 판 단
1)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는 증여의 경우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행한 증여는 당사자가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았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고, 상속개시 1년 이전에 행한 증여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에 한하여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이 원칙인데(민법 제1114조), 이는 수증자와 그 이해관계인을 예측하지 못하는 손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민법 제1118조에 의하여 제1008조가 유류분에 준용됨으로 인하여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즉 특별수익자인 경우에는 특별이익이 되는 생전증여는 증여가 상속개시 전 1년간에 혹은 1년 전에 행해진 것이든 모두 유류분권리자에 대한 당사자의 가해의 인식 여부를 묻지 않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고 있다. 이처럼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모든 증여를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를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이나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류분권리자의 보호와 공동상속인들 상호간의 공평이라는 입법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경우에도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증여는 당사자가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았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고, 상속개시 전의 1년 이전에 행한 증여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에 한하여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입법한다면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의 1년 이전에 대다수의 재산을 공동상속인 중 일부에게 증여하는 경우 유류분권리자는 증여행위의 당사자 쌍방인 피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인 수증자가 자신을 해할 것을 알고 한 것이라는 악의를 입증하여야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유류분권리자의 지위를 매우 불안정하게 하고, 공동상속인 상호간의 공평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유류분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또한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의 증여재산의 구체적인 범위는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의 평가와 동일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유류분, 특별수익분은 모두 각 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법 제1008조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류분산정에 있어서도 동 조항을 준용하여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분은 상속개시 1년 이전에 행한 증여인지 여부나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민법 제1008조는 ……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므로,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여 당해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의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는데(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520, 97스12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산입되는 생전 증여가 불합리하게 산정된다고 할 수 없어 생전 증여자의 처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가 완화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유언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이 유류분권리자의 보호와 공동상속인들 상호간의 공평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공동상속인인 수증자가 받은 증여는 상속분의 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점, 대법원이 민법 제1008조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특별수익에 해당하는 증여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점,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청구할 수 있는 증여가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인 경우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로,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인 경우에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그 범위가 제한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평등권의 침해 여부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상속인의 증여시점에 따라 유류분권이 침해되는 증여부분만을 유류분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증여재산을 유류분의 기초재산으로 산입하여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다.
(나) 심사기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넓은 규제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재산권의 일부 제한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이므로 완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고, 그에 관한 구체적 심사요건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지 또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관련된 차별취급의 존재 여부와 이러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면 이를 자의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다) 판 단
1)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의 차별취급 여부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하여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수증자와 유류분권리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2)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와 공동상속인이 아닌 수증자의 차별취급 여부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와 공동상속인이 아닌 수증자는 모두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자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의 경우에 수증자가 받은 증여재산은 상속분의 선급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 그 증여재산을 참작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증여가 상속개시 1년 이전의 것인지
여부와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서 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함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반면에 공동상속인이 아닌 수증자의 경우 그 증여재산을 유류분의 기초재산에 무제한적으로 산입하여 사후에 반환을 가능하게 한다면 제3자인 수증자는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인바, 이는 거래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유류분제도의 취지와 거래의 안전의 조화를 위해 산입하는 증여를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전 일정기간 이전에 한 것으로 제한하고, 다만 당사자 쌍방이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서 한 증여는 보호의 필요성이 없으므로 그러한 제한을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동상속인인 수증자와 공동상속인이 아닌 수증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항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한정위헌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송두환의 한정위헌의견
가. 사유재산 처분의 자유와 상속제도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기본권으로 보장된다(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 이는 개인의 재산권을 존중하는 사유재산제도가 보장되고, 사유재산은 권리자가 자유롭게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으며, 국가권력이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는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유재산 처분의 자유는 유상처분(有償處分)뿐만 아니라 무상처분(無償處分)에 대해서도 인정되고, 처분행위의 효력이 사망 전에 생기는 것이든 사망 시에 생기는 것(사인증여·유증)이든 가리지 않고 인정된다.
피상속인이 처분한 재산은 그 처분에 의하여 피상속인의 사유재산에서 벗어나므로 상속의 대상으로 되지 아니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할 때까지 처분하지 않고 남긴 유산(遺産)만 상속의 대상으로 된다. 피상속인이 사인증여나 유증에 의하여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사망 시에 사인증여나 유증의 효력도 생기고 상속인들의 상속권도 생기지만, 그 재산에 대하여 상속인들
은 상속권을 내세워 상속인들에게 귀속시키지 못하고 피상속인의 처분내용에 따라 수증자에게 귀속시켜 주어야 할 의무를 상속하게 된다.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이 상속인의 상속권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나. 공동상속인 중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의 상속분 조정
그런데 피상속인이 공동상속인 중 일부에게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한 경우에도 피상속인의 유산을 다시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 전원에게 분배하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상속인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 사이에 형평을 잃게 된다. 그래서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受贈財産)이 자기(自己)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는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경우에는 이를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내부관계에서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이는 상속재산으로 남겨진 유산을 공동상속인들에게 배분할 때에 수증재산을 관념적으로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하려는 것이고, 피상속인의 처분 결과를 무시하여 상속인에게 증여·유증된 재산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재분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따 라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상속재산 분배는 실제로 남겨진 유산의 한도에서 이루어지고 피상속인에 의하여 증여·유증된 재산은 상속·분배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유산을 기준으로 상속분을 배정한 뒤, 공동상속인의 수증재산을 배정상속분의 선급으로 보아 배정상속분에서 공제하지만, 수증재산이 배정상속분보다 많은 경우에도 그 배정상속분을 영(零)으로 조정할 뿐이고 배정상속분을 초과하는 수증재산을 반환시켜 상속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
그러한 취지에서 1977. 12. 31. 개정 전에는 민법 제1008조에 “그러나 수증재산이 상속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분의 반환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명시하고 있었다. 그 단서는 민법이 1977. 12. 31. 개정될 때 삭제되었지만, 삭제 이유는 유류분제도가 신설되면서 유류분 청구에 의하여 수증재산을 반환하여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고, 공동상속인의 수증재산이 상속분을 초과하는 경우에 그 초과분을 반환시키려는 취지가 아니다.
민법 제1008조가 규정한 “자기의 상속분”은 상속재산(피상속인이 사망 시까지 처분하지 않고 남긴 유산)을 법정상속분(法定相續分)에 따라 분배한 배정상속분(配定相續分)을 말한다. “자기의 상속분”을 계산하는 재산의 범위는
피상속인이 남긴 적극·소극의 모든 상속재산을 포함하지만,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처분하여 상속대상에서 이탈한 재산은 그것이 공동상속인에게 증여·유증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기의 상속분”을 계산하는 재산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6571 판결은 민법 제1008조의 경우에 유산 중 적극재산과 공동상속인들의 수증재산을 전부 합친 다음 상속분에 따라 배정하고 각 상속인의 수증액을 공제하여 상속분을 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지만, 이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이미 처분한 재산까지 상속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어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을 무시하고 유산의 귀속자를 정하는 상속제도의 본질을 벗어나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예 컨대 처와 1남 1녀를 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2년 전에 딸에게 3억 원을 증여하고, 사망하기 6개월 전에 아들에게 9억 원을 증여하고 갑재단법인에게 5억 원을 유증한 다음, 7억 원을 상속재산으로 남기고 사망한 경우에, 사망 시의 유산인 7억 원을 기준으로 “자기의 상속분”을 계산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이나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까지 포함시 켜 “자기의 상속분”을 계산하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결과를 무시하게 된다.
사례에서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면, 처의 배정상속분은 3억 원이고 아들과 딸의 배정상속분은 각각 2억 원이 된다. 이 경우에 민법 제1008조에 따라 수증재산을 공제하면 아들과 딸은 수증재산이 배정상속분보다 많기 때문에 조정상속분(調整相續分)이 0원으로 되고, 아들과 딸의 수증재산은 수증의 효과가 그대로 유지되고 상속재산에 합산되지 아니한다. 이 경우에 아들과 딸의 재산수증의 시기가 상속개시 전 1년 전인지 여부는 묻지 않는다고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수증자(아들과 딸)의 배정상속분에서 공제된 4억 원은 배정 전의 상속재산으로 복귀된 셈이므로 이를 다시 공동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배정한 다음, 아들에게 수증재산 7억 원이 남아 있고 딸에게 수증재산 1억 원이 남아 있으므로 민법 제1008조에 따라 다시 조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4억 원은 처에게 171,428,572원, 아들과 딸에게 각각 114,285,714원씩 배정되고, 아들의 수증액 잔액(7억 원)이 배정상속분보다 많으므로 아들의 조정상속분은 0원으로 되고, 딸의 조정상속분은 배정상속분에서 수증액 잔액 1억 원을 뺀 14,285,714원이 된다. 아들과 딸의 배정상속분에서 공제된 합계 214,285,714원(아들 114,285,714원 + 딸 1억 원)은 배정 전의 상속재산으로 복귀된 셈이므로 이를 다시 공동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배정하여야 하는데, 딸의 수증액은 이미 모두 공제되었고 아들의 수증액 잔액 385,714,286원
(7억 원-2억 원-114,285,714원)은 배정할 상속재산(214,285,714원)보다 많아서 아들에게 조정상속분이 인정될 가능성은 없으므로 처와 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처에게 128,571,428원, 딸에게 85,714,286원을 배정하면 될 것이다. 결국 유산 7억 원은 처에게 6억 원(3억 원+171,428,572원+128,571,428원), 딸에게 1억 원(14,285,714원+85,714,286원)이 상속되고, 아들에게 상속될 몫은 없게 된다. 그러나 딸의 수증재산 3억 원과 아들의 수증재산 9억 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 유류분의 보호
민법은 사망자의 유산을 근친들이 상속하게 하면서 그 상속인들에게 일정 한도의 상속분을 유류분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무상처분 결과를 일정한 한도에서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유류분제도는 근친들의 상속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한다.
피상속인의 처와 직계비속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민법 제1112조). 이러한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잉여유산(剩餘遺産, 적극상속재산에서 상속채무액을 공제한 것)에다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의 1년간 증여한 재산과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재산」(이하 「 」의 재산을 ‘산입재산[算入財産]’이라고 표현한다)을 산입하여 계산한다(민법 제1113조, 제1114조).
유류분의 비율은 법정상속분보다 적지만, 배정상속분은 잉여유산과 법정상속분에 의하여 산정하고 유류분은 잉여유산과 산입재산을 합쳐서 산출되기 때문에 산입재산이 잉여유산보다 많을 때에는 유류분이 배정상속분보다 많아질 수 있게 되고, 그러한 경우에 배정상속분이 유류분에 미달하는 한도에서 산입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민법 제1115조). 유류분 청구에 의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재산은 민법 제1114조에 규정된 산입재산에 한한다(민법 제1115조). 민법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은 민법 제1113조에 의하여 유류분을 산정할 때에 합산되는 대상인 동시에 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으로 된다.
이러한 유류분청구권의 행사 여부는 상속인 각자의 자유에 맡겨져 있고, 유류분 청구권을 주장하는 상속인과 그 상대방(수증자) 사이에서 유류분의 침해 여부와 반환할 산입재산의 한도를 판단하게 된다.
라. 유류분 청구로 인한 타인의 기본권 침해
상속인이 유류분청구권을 행사하면, 피상속인의 재산을 수증(受贈)한 행위가 적법한 경우에도, 그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이든 제3자이든 묻지 않고, 유류분청구의 한도에서 수증행위의 효과와 수증자의 재산권이 부인되고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 행사도 무시된다. 유류분 청구는 그 청구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사후적으로 침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인 경우에 더욱 심각해진다.
민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축소시키기 위하여, 유류분의 한도를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로 제한하고(제1112조), 유류분 산정의 기준으로 되는 재산과 유류분 청구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피상속인이 무상처분한 것으로서 상속개시 전 1년간 행해진 것이거나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것으로 제한하고(제1114조, 제1115조), 유류분 청구의 범위를 민법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상속재산이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게 된 한도로 제한하며(민법 제1115조), 유증재산을 반환받고도 모자라는 경우에 증여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제1116조),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나 유증을 받은 경우에는 그 수증 재산이 유류분에 미달하는 한도에서만 유류분을 인정한다(제1118조, 제1008조).
마. 민법 제1118조, 제1008조의 해석
민법 제1118조가 제1008조의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게 한 것은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나 유증을 받은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잉여유산과 민법 제1114조의 산입재산을 합쳐서 수증자의 유류분을 산출한 다음, 수증재산이 유류분보다 많으면 그 수증자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말고, 수증자의 유류분이 수증재산보다 많으면 그 차액의 한도에서만 수증자의 유류분을 인정하라는 취지이다. 민법 제1008조는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유류분에 준용하면 상속인의 “수증재산이 자기의 유류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민법 제1008조의 취지와 문리(文理)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
상속인의 유류분 청구가 있어야 비로소 공동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산정하게 되는데,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산정할 때에는 유류분 청구권을 행사하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받은 사람이건 증여·유증을 받지 아니한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언제나 민법 제1113조와 제1114조에 의하여 잉여유산 및 산입재산을 합산하여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산정한다. 그런데 유류분
청구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받은 상속인일 경우에는 민법 제1008조를 준용하여 위와 같이 산정된 유류분에서 그 수증재산을 공제하고 잔여 유류분의 한도에서만 유류분을 인정하게 된다. 수증자의 유류분에서 민법 제1008조에 의하여 공제하는 “수증재산”은 상속개시 전 1년간 행하여진 것인지 여부나 다른 유류분 권리자를 해할 것을 알고 받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모두 포함된다.
민법 제1008조를 준용하여 수증자의 유류분에서 수증재산을 공제하는 것은 수증자의 유류분을 조정할 뿐이고 피상속인의 처분 결과나 다른 수증자의 재산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준재산에 포함되는 산입재산의 범위를 넓히면 그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부인하는 범위도 커지게 된다. 그래서 민법 제1114조에 의하여 산입재산의 범위를 제한하고 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유류분 청구의 대상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거나 유증받은 수증자가 유류분을 청구한 경우에도 민법 제1113조에 의하여 유류분 산정의 기준재산에 포함되는 산입재산의 범위는 민법 제1114조에 따라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의 1년간 증여한 재산과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재산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렇게 산출된 유류분에서 민법 제1008조에 따라 수증자의 수증재산을 공제하여 유류분을 정하여야 한다.
앞의 사례에서 딸의 수증재산은 민법 제1114조의 산입재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가정하면(딸의 수증행위는 사망하기 2년 전에 행해진 것이므로, 증여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것이 아닌 한, 민법 제1114조의 산입재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아들과 갑재단법인의 수증재산은 모두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해진 것으로서 민법 제1114조의 산입재산에 해당되므로,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준재산은 21억 원(유산 7억 원 + 아들의 수증재산 9억 원 + 갑재단법인의 수증재산 5억 원)이 되고, 피상속인의 처의 유류분은 4억 5천만 원이고 아들과 딸의 유류분은 각 3억 원이 된다.
처의 유류분은 4억 5천만 원이어서 유산 7억 원에 대한 배정상속분 3억 원을 상속받은 경우에는 유류분보다 1억 5천만 원이 부족하므로 민법 제1116조에 따라 갑재단법인이 유증받은 재산에 대하여 1억 5천만 원의 한도에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되지만(민법 제1115조), 민법 제1008조에 의하여 상속분을 6억 원으로 조정하여 상속받은 경우에는 유류분에 부족이 생기지
아니하여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아들과 딸의 유류분은 각각 3억 원이지만,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여 아들의 수증재산 9억 원과 딸의 수증재산 3억 원을 각자의 유류분에서 공제하면 아들과 딸의 유류분은 모두 0원으로 되므로, 유산 7억 원에 대한 배정상속분 2억 원씩 상속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민법 제1008조에 의하여 아들의 상속분이 0원으로 조정되고 딸의 상속분이 1억 원으로 조정된 경우에도, 유류분에 부족이 생기지 아니하여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바. 대법원 판례의 위헌성
그런데 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은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받은 때에는, 민법 제11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증여나 유증이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1년간 행해진 것인지 여부 또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를 해할 것을 알고 한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전부 유류분 산정의 기준재산에 포함되고 유류분 반환의 대상으로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와 같이 해석하면, 민법 제1113조에 의하여 유류분을 계산할 때 잉여유산에 합산되는 산입재산의 범위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산입재산의 범위를 민법 제1114조에 정해진 재산으로 한정하는 경우에 비하여, 유류분이 커질 뿐만 아니라 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유류분 청구의 대상으로 되는 재산의 범위도 확대되고, 그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결과와 수증자의 재산권을 부인하는 범위도 확대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례에서 딸의 수증재산 3억 원도 산입재산에 포함되어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준재산이 24억 원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상속인들의 유류분과 유류분 청구의 한도 및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도 확대된다.
대법원 판례는 위와 같은 해석의 근거로 민법 제1008조가 유류분에 준용되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것은 민법 제1113조·제1114조에 의하여 산정한 유류분에서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유증받은 재산을 공제하고 그 부족분에 한하여 유류분 청구를 인정하라는 취지이고, 유류분을 산정하기 위하여 잉여유산에 합산하는 산입재산의 범위에 수증의 시기나 해의의 유무를 불구하고 모든 증여·유산을 포함시키라는 취지가 아니다. 민법 제1008조가 유류분에 준용된다고 하여 민법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할 때에 포함시키는 산입재산의 범위에 관하여 민법 제1114조의 제한을 벗어나는 것은 민법 제1114조의 취지
와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입재산의 범위에 관하여 민법 제1114조의 제한을 배제하면, 민법 제1115조에 의한 유류분 청구의 대상도 확대되고, 그에 따라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위가 확대된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1114조의 취지와 민법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취지를 벗어나는 해석에 의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근친들의 상속권을 일정 한도까지 보호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처분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속권은 원래 피상속인이 처분하고 남은 재산에 대하여 인정되는 것이므로 상속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처분권을 제한하는 것은 상속제도의 본질을 벗어나 특별한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법은 상속제도에 대한 특례인 유류분 청구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제1114조·제1115조를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상속권 보호를 내세워 민법 제1114조가 설정한 한계를 무시하고 유류분의 범위를 키우거나 유류분 청구에 의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와 같이 피상속인의 상속인에 대한 증여나 유증은 민법 제1114조에 불구하고 그 시기나 해의(害意) 유무를 불문하고 모두 민법 제1113조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준재산의 범위에 포함되고 민법 제1115조에 의하여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으로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거나 필요한 한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3조 제1항 전문과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