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청구인(여, 1937년생)과 상대방(남, 1939년생)은 1971. 7.경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 11.경 그 사이에 사건본인을 낳은 후 1974년경부터 별거하다가 1984. 11.경 이혼 심판이 확정되었음. 청구인은 이혼한 때부터 약 32년이 지난 2016. 6.경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 11.경까지 미성년이던 사건본인을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함
원심은 이 사건 과거 양육비청구가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1993. 11.경부터 10년이 훨씬 경과한 후인 2016. 6.경 제기되었으므로, 청구인의 상대방에 대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음.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의 법리를 주장하면서 재항고하였음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자녀가 아직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입장에 있던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을 변경하면서, 종전 대법원 판례와 달리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걸린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여 청구인의 재항고를 기각함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➀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➁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신숙희의 반대의견, ➂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음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양육자가 단독으로 미성년 자녀를 부양한 후 상대방에게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에 해당하고,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함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관계에 기하여 인정되는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의 성질을 가짐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이 정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적 입장에서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일환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형성함
따라서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되기 전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양육의 때마다 지분적으로 발생하는 재산권의 실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그 권리의 행사를 구상권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도 없음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에 기초하여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은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 중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는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음
사 건 2018스724 양육비
원 심 결 정 수원지방법원 2018. 12. 3. 자 2018브24 결정
청구인, 재항고인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재항고비용은 청구인이 부담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청구인과 상대방은 1971. 7. 15.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 11. 20. 그사이에 사건본인을 낳후 1974년경부터 별거하기 시작하였다. 청구인과 상대방 사이에는 1984. 11. 24. 이혼 심판이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은 2016. 6. 21.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 11.경까지 사건본인을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와 언제부터 진행하는지이다. 3. 쟁점에 관한 판단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과거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이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자녀가 아직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등 참조).
미성년인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물가 상승 등 경제상황의 변동, 양육자의 취업이나 실직, 파산 등에 따른 사정변경 등으로 양육환경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등으로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된 생활유지에 필요한 양육비 수준에도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가족관계의 변화나 가족 사이의 협의 결과에 따라서는 양육자나 양육방법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양육비에 관한 당사자의 협의나 재량적․형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법원의 심판은 이처럼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 액수 등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양육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2)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상대방에 대하여 과거 자녀의 양육에 소요된 비용의 분담을 구할 권리로서, 실질적으로는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의 상환을 구하는 구상권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가 반드시 장래 양육비와 엄격히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산정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서는 당사자들의 재산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통상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장래 양육비 분담액을 높게 산정하는 대신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낮게 산정하여 조정하거나 반대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높게 산정하는 대신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장래 양육비 분담액을 낮게 산정하여 조정하는 등으로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서로 조화롭게 조정할 수 있다. 양육자의 변경과 동시에 과거 양육비청구가 있는 경우, 즉 종전 양육자는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고 새로 양육자로 지정될 사람은 장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조화롭게 상호 조정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녀의 복리 증진을 위한 양육방법이나 양육비 산정을 고려할 수 있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장래 양육비 등과 상호 조정되는 과정을 거쳐 그 내용과 범위가 합리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장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 권리의 내용이 확정되지 아니하여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 단순히 금전지급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을 주로 가지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장래 양육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그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확정되도록 한 것은 양육비에 관한 사항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도록 정하고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양육비 부담의 형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지, 협의나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재산적 권리임을 부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이는 부모의 자녀양육의무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양육비용을 지출한 경우 상대방에 대하여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판례(앞서 본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에 비추어 보아도 알 수 있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구상권의 실질을 가지는데,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 자체가 종료한 이상 이를 과거에 형성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일반적인 금전채권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재산적 권리라는 본질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수 있는 채권 내지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2)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이혼한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녀양육의무는 종료하고, 더 이상 자녀에 대한 장래 양육비를 결정하거나 분담하여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 부부 사이에는 어느 일방이 과거에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하여야 하는 관계만이 남게 된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추상적 청구권에 불과하다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그러한 협의나 심판은 과거의 양육 상황과 지출 비용 등에 대한 확인과 평가를 거쳐 과거 양육비 중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한다는 의미만을 가지게 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양육비 분담액을 재량적으로 형성한다는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정할 때에 변동 가능성이 내재된 장래 양육비 분담액과 조화롭게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고,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될 여지가 없으므로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도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권리에 관하여는 자녀양육의무의 이행을 청구한다는 특성이 상당히 옅어지고 이미 지출한 비용의 정산 내지 구상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으로서의 특성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로써 그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실질적으로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협의 또는 심판청구 등의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 양육을 담당하였던 부모의 일방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일생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하여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거가 없어지는 등으로 적절한 방어방법을 강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결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4. 판례의 변경 이와 달리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113 결정, 대법원 2011. 8. 16. 자 2010스85 결정,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므1338 판결, 대법원 2011. 8. 26. 자 2011스10 결정,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므2068, 207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과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5.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결정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청구인은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구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에 따라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 11.경까지 사건본인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2016. 6. 21. 청구하였다.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심판단은 이와 같으므로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항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신숙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양육자가 단독으로 미성년 자녀를 부양한 후 상대방에게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에 해당한다.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대상성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나누어 별개의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나. 소멸시효 대상성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이다(이하 이러한 입장을 ‘시효 긍정론’이라고 한다). 따라서 협의나 심판 전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멸시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례(이하 이러한 입장을 ‘시효 부정론’이라고 한다)는 변경되어야 한다. 시효 부정론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가지는 특수성을 소멸시효 대상성 판단에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시효 부정론이 시효 긍정론보다 미성년 자녀 보호나 양육비 이행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더 잘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법리적, 정책적 측면을 중심으로 시효 부정론의 한계를 언급하고 시효 긍정론의 논거를 보강한다.
1) 법리적 측면 가) 실체법적 측면 (1)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대상성은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부양에 관한 가족법상 권리로서 넓게 보면 부양청구권의 일종이다. 하지만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피부양자인 미성년 자녀가 부양의무자인 부모에게 현재 또는 장차 자신을 부양하여 달라는 청구권(이것이 부양청구 본래의 모습이므로 이하 편의상 ‘본래적 부양청구권’이라고 한다)과 구별되는 점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대상성 판단에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피부양자인 미성년 자녀가 아니라 부양의무자인 양육자가 다른 부양의무자인 상대방에게 가지는 권리이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현재 또는 장래 부양의 이행이 아니라 과거 이행된 부양에 따른 비용의 상환을 구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청구권에서는 미성년자의 부양 그 자체가 아니라 부양의무자 사이의 금전적 정산이 전면에 나선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비용상환청구권의 성질을 지니므로(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23. 10. 31. 자 2023스643 결정 참조) 금전채권의 일종이다. 이 점에서 인수부양이나 현물급여부양 등 비금전적 부양도 내용으로 하는 본래적 부양청구권과 구별된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본래적 부양청구권보다 강한 재산권적 성질을 가진다.
(2) 이상과 같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주체와 상대방, 목적과 내용, 구체성과 재산권적 성질의 정도 등 여러 측면에서 본래적 부양청구권과 구별된다. 시효 부정론은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독자적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본래적 부양청구권에 주로 타당한 논거들을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논의에 끌고 들어왔다는 문제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시효 부정론은 협의나 심판 전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므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소멸시효 대상은 ‘권리’이므로 권리에 이르지 못한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는 소멸시효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장래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부양청구권은 구체적인 권리라기보다는 부양을 구할 수 있는 법적 지위 또는 기대권에 머무른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양육자가 단독으로 부양의무를 이행한 후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추상적인 법적 지위가 아니라 권리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부양의무 이행을 전제하고, 부양의무 이행은 권리로서의 부양청구권이 존재하기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부양청구권과 이에 대응하는 부양의무는 구체적인 부양 필요성에 따른 현실적 부양 이행에 관한 것이므로 지분적 의미의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이다. 이처럼 지분적 의미의 구체적인 권리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진 후에 이를 원인으로 발생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다시 추상적인 법적 지위의 모습을 띠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협의나 심판 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협의나 심판은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고, 존재하지 않던 권리를 새롭게 발생시키는 원인이 아니다. 그 구체적 액수가 협의나 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는 점에서 이를 ‘추상적인 청구권’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 대상성의 본질적인 판단 기준은 권리성 및 권리의 소멸시효 친화성이지 권리의 추상성이 아니다. 추상적 권리도 소멸시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권리의 추상성은 권리행사 가능성의 국면에서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나) 이와 같이 협의나 심판 전에는 과거 양육비의 구체적 액수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소멸시효 대상이 된다는 점과 양립할 수 있다. 예컨대 매매계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그 확정 기준만 정한 경우, 불법행위로 정신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경우 등 권리 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권리는 소멸시효 대상이 된다. 권리 내용의 불확정성 때문에 소멸시효 대상성이 당연히 부정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권리 발생 자체가 불확정적인 상태의 조건부 권리나 급부 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선택채권도 소멸시효 대상이 된다. 이처럼 소멸시효 대상 권리의 유형은 다양하고 그 스펙트럼은 넓다. 과거 양육비청구권도 그 스펙트럼 안에 있다.
(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가족법상 권리라는 점 때문에 소멸시효 대상성이 부정되지도 않는다. 이 권리가 가족법상 권리임을 강조할수록 상대적으로 그 재산권적 성질이 옅어질 수 있다. 이는 권리의 소멸시효 친화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법상 권리행사가 늘 시간의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소멸시효 또는 제척기간을 두어 권리행사 기간을 제한하는 가족법상 권리들은 많다.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단 전에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기 어려운 재산분할청구권도 2년의 제척기간에 걸린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부양료 채권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린다(제163조 제1호). 이처럼 가족법상 권리도 권리행사 기간 제한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라는 요청 아래 있고, 권리성을 갖춘 부양청구권도 다르지 않다. 별다른 실정법적 근거 없이 유독 과거 양육비청구권만 소멸시효 대상에서 배제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나) 절차법적 측면 과거 양육비청구는 장래 양육비청구와 마찬가지로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마류(類) 사건” 중 3)의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부모가 이혼한 경우) 또는 8)의 ‘부양에 관한 처분’(부모가 혼인 중인 경우)에 관한 청구로서 가사비송절차에서 다루어진다. 대법원은 종래 판례를 바꾸어 과거 양육비청구를 허용하면서 이를 가사비송의 대상으로 보았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이는 과거 양육비 문제를 장래 양육비와 같은 절차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해석상 불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사비송절차에서는 법관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형평에 맞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편 당사자의 주장이 선행되어야 하는 성격을 가진 소멸시효 문제는 가사비송절차와 잘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양육비 문제가 절차상 위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하여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실체법적 성질마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떤 권리가 소멸시효에 걸리는가는 그 권리가 현실적으로 어떤 절차에서 다루어지는가가 아니라 그 권리가 어떤 실체법적 성질을 가지는가에 따라 정해야 한다. 그 결과 그 권리의 소멸시효 대상성이 인정되면 이를 가사비송절차의 운영에 적절하게 반영하면 된다. 마치 형식은 소송이나 실질은 비송인 공유물분할소송에서 법원의 비송적 판단을 허용하듯 말이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27228 판결 참조). 그러므로 과거 양육비청구가 가사비송절차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형식적 외관에 집착한 나머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실체법적 성질을 경시한 채 소멸시효에 관한 무리한 해석론을 전개할 이유가 없다.
한편 시효 부정론은 법원이 가사비송절차에서의 재량 감액을 통해 소멸시효 적용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를 적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권리 소멸 여부는 권리 발생 여부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합목적적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으로 명확하게 처리할 문제이다. 또한 소멸시효의 이념인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명확한 기준 없이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량 감액은 소멸시효 제도의 대체제가 될 수 없고, 소멸시효 제도를 배제하는 논거가 될 수도 없다. 재량 감액은 위약금 감액이나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형태로 민사소송에서도 종종 행해지나, 그렇다고 해당 권리의 소멸시효 대상성까지 부정되지는 않는다.
2) 정책적 측면 가) 시효 부정론이 미성년 자녀 보호나 양육비 이행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더 잘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자녀 부양 후의 금전 정산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으므로 자녀의 부양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본래적 부양청구권에 비해 미성년 자녀 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자녀가 성년이 되거나 사망한 이후에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 보아도 그러하다. 또한 미성년 자녀 보호는 양육비 지급이 제때 이루어질 때 더욱 잘 달성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제때 협의나 심판을 통한 양육비청구를 하도록 촉진하는 시효 긍정론이 오히려 정책적으로 더 우월하다. 이러한 논리는 양육비청구를 전제로 하는 양육비 이행 확보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또한 시효 부정론은 양육비 이행 확보를 목적으로 삼거나 이를 구현하는 법리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양육비 이행 확보는 정책적으로 중요하나, 이 문제는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제도(예컨대 가사소송법이나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각종 제도 등)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필요하다면 관련 제도를 개선하여 해결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나) 법 정책적 측면에서는 소멸시효 제도로 달성되는 공익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소멸시효 제도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법적 상태를 해소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한다. 현실적 또는 잠재적 분쟁을 일정한 시간 내에 매듭짓도록 촉진함으로써 당사자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워 새 출발을 하도록 돕는다. 또한 사회관념상으로도 권리행사 지연이 계속되면 권리의 보호 필요성은 점차 약화된다. 소멸시효는 이러한 권리의 시간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여 온당한 범위 내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유서 깊은 제도로서 역사적으로나 비교법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보편적인 제도이다.
양육자와 상대방 간의 법률관계도 소멸시효 제도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오랜 기간에 걸친 권리 불행사로 인한 상대방의 기대나 신뢰는 정당한 범위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이러한 기대나 신뢰에 반하는 권리자의 뒤늦은 권리행사로 뜻하지 않게 거액의 과거 양육비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려운 가혹한 결과이다. 상대방이 재혼하여 새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면 그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이러한 일련의 부당함을 제거한다.
법은 형량의 산물이고, 형량의 생명은 균형에 있다. 소멸시효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 대상에서 배제한 채 오로지 권리자의 관점만 고려하는 해석론은 균형 잡힌 해석론이 아니다. 이는 비교법적으로도 이례적인 해석론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미국 등 여러 나라들에서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보는 것은 이처럼 균형 잡힌 가치 형량의 결과물이다.
다) 시효 긍정론에 따르더라도 양육자가 과도한 부담이나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민법 제162조 제1항 참조). 10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미성년 기간이 19년임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민법 제4조 참조). 또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민법 제166조 참조)부터 진행하는데, 이러한 기산점의 적절한 해석 및 적용을 통하여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다. 상대방에게 협의를 요청하거나 가정법원에 심판청구를 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킴으로써 10년의 기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민법 제168조 참조). 부부 사이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에는 시효정지 제도도 적용된다(민법 제180조 제2항 참조). 신의칙에 기한 시효항변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민법 제2조 참조). 이처럼 민법은 소멸시효 제도 내에서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법적 장치와 해석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통해 양육자를 정당한 범위에서 보호할 수 있다.
다. 소멸시효 기산점 1)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의미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이는 권리행사의 객관적 기대가능성을 소멸시효 진행 기준으로 삼는 입장이다. 판례는 이러한 기대가능성 판단 기준을 이른바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 이분론의 형태로 제시한다. 즉 판례에 따르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 법률상 장애가 없는 때를 의미하므로, 그 외의 사실상 장애가 있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없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권리가 즉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상태라야 권리행사 가능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권리실현을 위해 요구되는 절차를 밟지 않았더라도 장차 그 절차를 밟아 권리를 종국적으로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면 권리행사 가능성이 인정된다. 권리자 스스로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이러한 권리행사 가능성을 부정하는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2)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협의나 심판을 거쳤는지 또는 자녀가 미성년인지 여부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이 점에서 별개의견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과 입장이 다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법률상 장애가 없음 협의나 심판을 아직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은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협의를 요구하거나 심판을 구하는 행위는 권리행사의 과정이자 그 자체가 권리행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권리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유는 일반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의나 심판 전에 구체적 액수가 확정되지 않아 즉각적으로 권리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사정도 권리행사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권리행사 가능성이 즉각적인 권리실현 가능성을 반드시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가 미성년이라는 사정도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법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과거 양육비의 상환을 청구하는 것을 가로막지 않고 있고, 실제로도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협의나 심판을 통한 권리행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수의견이 지적하였듯이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계속 양육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고, 이러한 양육 과정에서 양육비 총액이 변동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이미 행하여진 과거 양육비청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관하여는 목차를 바꾸어 좀 더 살펴본다.
나) 장래 양육비와의 연계성은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다수의견은 과거 양육비와 장래 양육비는 모두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대상으로서 각각의 액수 산정이 서로 영향을 미치거나 전자를 수령하여 후자의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둘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주로 둘 다 가사비송절차에서 함께 처리되고 이행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연계성이다. 그러나 이 둘을 둘러싼 법적 상황을 보면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들도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멸시효의 관점에서 보면 두 항목의 차별성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실무상으로도 과거 양육비와 장래 양육비는 별도 항목으로 청구되고, 별도 항목으로 그 지급을 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견이 드는 사정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정이 아니므로 소멸시효 진행을 막지 못한다. 우선 실무상 과거 양육비의 액수가 장래 양육비의 영향을 받아 산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과거 양육비청구가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의미의 불확정성은 주로 협의나 심판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 뿐 자녀가 미성년인가와 논리적으로 결부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협의나 심판을 거치면 과거 양육비는 장래 양육비와 별도로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협의나 심판을 거치기 전에는 양육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다. 한편 이러한 협의나 심판 전 양육비 액수의 불확정성이 소멸시효 진행의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살펴보았다. 과거 양육비가 미성년 자녀의 장래 양육비로 쓰일 수 있다는 사정도 마찬가지다. 다수의견이 이 사정을 든 이유는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미성년 자녀의 현재 또는 장래 양육비로 전용될 수도 있는 과거 양육비의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사태를 막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 배후에는 장래 양육비만으로는 미성년 자녀 양육에 부족할 수 있으니 과거 양육비로 이를 보충하자는 생각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양육비와 무관하게 장래 양육비를 미성년 자녀 부양의 필요에 상응하여 충분히 책정하고 필요한 경우 양육비를 변경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법리상 무리하게 늦추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설령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부양에 어려움이 없도록 후견적․재량적으로 온당한 처분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형평의 원칙과 합목적성의 요청 아래 유연하게 운영되는 가사비송절차의 진가는 바로 이 장면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의미 있게 증진되는 것도 아님 다수의견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논거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이다.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막아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도모하자는 정책적 논거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에 따른다고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의미 있게 증진되는지는 의문스럽다. 소멸시효 대상성 부분에서 살펴보았듯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는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거나 소멸시효 진행을 뒤로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제때 권리행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잘 보호된다. 그래야 자녀가 미성년일 때 과거 양육비의 지급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자녀가 미성년인 19년의 기간 동안 한 차례의 시효중단만으로 10년의 기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으므로 양육자가 계속하여 권리행사를 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다수의견에 따르면 자녀가 성년이 된 지 10년 후인 29세가 다 되어갈 때까지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수십 년 전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육자를 이렇게까지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함으로써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의미 있게 증진되지도 않는다.
설령 다수의견이 어떤 정책적 효용을 가진다 해도 그 효용은 크지 않다. 협의나 심판 전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문제되는 사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07. 12. 21. 법률 제8720호로 개정된 민법 제837조 제2항 제2호는 협의이혼 시에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이는 재판상 이혼(민법 제843조) 등에도 준용하고 있다], 신설된 민법 제836조의2 제4항은 협의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양육하여야 할 자가 있는 경우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협의서 또는 심판정본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9. 5. 8. 법률 제9650호로 신설된 민법 제836조의2 제5항은 가정법원이 당사자가 협의한 양육비부담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는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개정 이후에는 부부가 이혼하면서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다. 한편 과거 양육비 분쟁이 혼인 중 부부 사이에도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인 중 분쟁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경우에는 부부 사이의 시효정지에 관한 민법 제180조 제2항이 적용되므로 권리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박탈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시효 부정론이나 다수의견이 염두에 둔 정책적 효용은 위 법률 개정 이전에 이혼한 부부의 사안으로 한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에서는 더 이상 미성년 자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시효 부정론에서도 그러하듯 다수의견의 정책적 효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라) 다수의견에는 평가모순의 문제가 남아 있음 법의 정합성 요청을 고려하면 법질서 내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상황은 가급적 제거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시효 부정론에 따르면 신속하고 성실하게 권리를 행사한 사람은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더구나 신속하고 성실하게 권리를 행사한 사람은 양육비가 더욱 절실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보다 소멸시효의 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협의나 심판에서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게 되는데(민법 제163조 제1호 참조) 이 경우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사람이 받는 상대적 불이익은 더욱 커진다. 이는 평가모순이다. 다수의견은 정당하게도 이 점을 지적하며 판례를 변경하자고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 중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 기간 중에는 다수의견이 지적한 평가모순이 여전히 남게 된다. 이 기간이야말로 양육비 이행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중요한 기간이므로 이처럼 다수의견에 남겨진 평가모순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평가모순을 압도할 만한 다른 법리적 근거가 있거나, 이를 기꺼이 감내해야 할 만큼 중대한 정책적 요청이나 효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견이 제기한 평가모순에 관한 정당한 문제의식과 해법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기간에도 일관성 있게 관철되어야 한다. 별개의견이 바로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
라. 이 사건의 결론 원심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없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전제한 다음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비로소 이루어진 것으로, 이미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가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기산한다고 본 것은 잘못된 판단이지만, 청구인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이 협의 또는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입장을 같이하나,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8.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신숙희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관계에 기하여 인정되는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의 성질을 가진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이 정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적 입장에서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일환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되기 전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양육의 때마다 지분적으로 발생하는 재산권의 실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그 권리의 행사를 구상권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도 없다.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에 기초하여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은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 중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는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나. 종전 판례의 내용과 취지 1) 대법원은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과거 양육비를 부정하던 종래의 입장을 폐기하고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청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였다. 즉 위 결정에서 대법원은, 부모는 그 소생의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며, 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는 자인지 또 누가 양육권자이고 현실로 양육하고 있는 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 양육하는 일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과거 양육비에 대하여도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이혼한 부부 사이에 양육하여야 할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양육에 관한 법률관계는 그 신분관계의 존재에 의하여 당연히 발생하고, 양육자나 미성년 자녀는 상대방에 대하여 그 신분관계가 존속하는 한 계속하여 양육에 관한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한편 위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반대의견은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성질상 민사소송 사항이지 가사비송 심판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다수의견은 과거 양육비의 분담 비율을 정하는 것도 민법 제837조 제2항의 자녀양육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여 가사비송 심판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그후 대법원은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에서,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됨을 분명히 하면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는 반면,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선례 법리의 연장선상에서 대법원은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에서,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로서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후 위와 같은 법리는 판례 및 실무에 의하여 확고히 견지되어 왔다.
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과 소멸시효 진행 여부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에 기초하여 과거 양육비청구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1) 양육자나 미성년 자녀가 상대방에 대하여 갖는 양육에 관한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추상적인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본질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부양청구권이라는 친족법상 권리의 하나로서, 친족관계의 존재에 기하여 발생․존속하고 일반적인 재산권과 달리 행사상․귀속상 일신전속권이다. 민법 제837조 제1항은 “당사자는 그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양육에 관한 사항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이에 관하여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 중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1차적으로 이혼하는 부부의 협의에 의하여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이를 결정한다. 그리고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민법 제837조(민법 제843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에 따른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일환으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것이든 장래 양육비에 관한 것이든 불문하고 가정법원에 양육비 부담에 관한 형성적 심판을 구하는 것으로서, 협의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한 후의 양육비 지급을 청구하는 것과는 그 법적 성질이 다르다. 양육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초에는 기본적으로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였던 것이 양육의 내용과 범위를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 참조).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법원이 재산분할로서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나 심판을 하는 경우 이는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분할의무자는 그 금전지급의무에 관하여 판결이나 심판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이행지체책임을 지고, 그 지연손해금의 이율에 관하여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이 정한 이율도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므1656 판결 등 참조), 양육비의 지급을 명하는 경우에도 심판 확정일 다음 날부터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는 것이 가정법원 실무의 태도이다. 이와 같이 양육비 지급을 명하는 판결 또는 심판에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이 정한 이율을 적용하지 않고, 심판 확정일 다음 날부터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붙이는 것은 양육비청구권이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됨을 논리적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이 속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는 부부간 생활비용의 부담에 관한 처분, 재산분할에 관한 처분, 친족간 부양에 관한 처분,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등이 규정되어 있는데, 그 재산권적 성질에도 불구하고 모두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로 해석되지 않고, 이혼 후의 재산분할청구권 등은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을 뿐이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참조). 민법상 과거 양육비청구권에 대하여 제척기간을 정한 명문의 규정이 없고, 가정법원의 심판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만이 가사비송 심판절차에 의하는 재산분할청구권 등 다른 권리와 다르게 시효로 소멸한다고 볼 필연적 이유나 근거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2) 추상적 권리 내지 법적 지위에 대하여는 권리가 실제로 완전하게 행사될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하는 소멸시효가 진행될 여지가 없으므로, 가정법원의 심판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1항 참조). 추상적 권리 내지 법적 지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상 그 추상적 권리 내지 법적 지위는 시효로 소멸한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야 그때부터 권리행사가 가능하여 시효소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할 뿐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므로,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등 참조), 민법 제366조의 지료청구권에 관하여,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나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형식적 형성소송인 지료결정 판결로 지료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지료청구권의 소멸을 논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69. 5. 27. 선고 69다353 판결 참조). 과거 양육비청구권에 관한 종전 판례는 같은 취지에서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그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양육비의 부담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한 경우 가정법원은 자녀의 의사․나이,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과거 양육비의 부담에 관하여 결정하므로(민법 제837조 제4항, 제3항), 가정법원의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금전지급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금전채권의 발생조차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재산분할청구와 관련한 위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므1656 판결 등 참조). 또한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의 과거 양육에 관한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양육자는 가정법원에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으로 과거 양육비의 부담을 결정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 직접 민사소송으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처럼 과거 양육비청구를 마류 가사비송사건의 자녀양육에 관한 처분의 하나로 보는 이상 가정법원에 대한 과거 양육비 심판청구는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구체적인 권리행사의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과거의 양육과 관련하여 금전채권의 발생이 확정되지 않았고 금전지급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자녀가 성년에 도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것인바,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위와 같은 소멸시효 제도의 기본적인 체계에 비추어 보아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은 가정법원의 양육비 심판 전에 양육자의 상대방에 대한 금전채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금전지급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였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하다.
라. 자녀의 성년 도달과 소멸시효 진행 여부 다수의견도,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추상적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 또는 양육비의 내용과 범위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함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수의견은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권리는 이미 지출한 비용에 대한 정산 내지 구상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고 하면서 자녀가 성년이 되면 그때부터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이 자녀가 성년에 도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친족법상 권리로서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에 불과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에 대하여 권리의 발생․소멸에 관한 엄격한 재산법적 법리를 적용하거나, 그 심판절차에 엄격하게 권리의무관계의 존부를 확인하는 소송적 구조를 개입시키는 것은 필요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으므로 다수의견의 위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수의견과 같이 자녀가 성년이 된 후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을 이미 지출한 비용에 대한 정산 내지 구상이라고 본다면, 이는 가사비송이 아니라 민사소송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고,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절차에서 양육자는 그가 실제로 출재하여 양육비로 사용한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과거 양육비청구가 자녀의 성년 도래 전후를 불문하고 가사비송 심판의 대상이 됨을 전제하고 있는바, 이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그 권리 및 심판절차의 성질과 모순되는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가사비송절차는 가정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합목적적인 재량에 따라 처리하는 재판절차이다. 마류 가사비송사건은 당사자 사이의 법적 분쟁을 대상으로 하여 대심적 구조를 가지지만, 가사소송이 엄격하게 실체법상의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당사자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과는 달리, 실체법상의 판단기준 그 자체가 가정법원의 재량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가정법원이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합목적적으로 일정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사비송절차는 직권주의의 지배를 받으므로 재판자료의 수집과 제출을 당사자에게 맡겨두지 않고 가정법원이 주도적으로 할 책무를 진다. 과거 양육비청구 사건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서 법원은 단순히 양육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를 기준으로 분담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를 중심에 두고 자녀의 의사․나이, 부모의 재산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부담의 형평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방식 및 범위를 정하고, 필요한 경우 사실조사 및 조정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앞서 본 과거 양육비청구와 관련한 법령, 종전 판례의 내용과 취지 등에 위와 같은 가사비송사건의 특수성까지를 고려하면, 자녀가 성년에 도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이미 지출한 비용에 대한 정산 내지 구상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과거 양육비청구가 일정 시기 이후에는 재산법적 성질을 가지는 구상권 행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다수의견에 따르면 가정법원이 과거 양육비 심판청구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직권으로 사실조사를 하여야 하는지, 일단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된 경우 시효중단 사유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까지 조사할 수 있고 조사하여야 하는지 등에 관한 까다로운 절차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점에서도 가사비송사건은 그 성질상 소멸시효 제도와 친하다고 볼 수 없다.
마.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성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의 생존의 물적 기초로서 부모간의 관계나 가정의 해체가 아동의 경제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아동의 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장치이다. 그 불이행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1989. 11. 20.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서명하고 1991년에 비준하였다)은 ‘아동최선의 이익’을 천명한 외에도 제27조에서 아동의 양육 등에 관한 책임은 1차적으로 부모에게 있지만 국가도 2차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2조 제3항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5조 제1항은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을 가정에서 그의 성장시기에 맞추어 건강하고 안전하게 양육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4조 제6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권리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과 홍보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양육비부담조서에 집행권원의 효력을 인정하고, 민사상 강제집행 외에 양육비직접지급명령, 이행명령, 감치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2014년에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하는 등 아동권리의 관점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에도 집행권원이 있는 양육비채권을 가지지 않은 한부모가 75.4%,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73.1%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아직 양육비 지급에 관한 인식이나 규범 준수력, 제도와 시스템이 공고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양육비 지급에 관한 제도적 정비가 여전히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혼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일찍 경험한 세계 각국에서 양육비 이행지원체계와 정책 수단 등 여러 제도를 강구하여 아동복지 혜택을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과거 양육비 미지급’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과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외국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사법적 해결 방안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고, 자녀의 복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더욱이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실질적으로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사회적 현실까지를 감안하면,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미 판례 및 실무에 의하여 확고히 견지되어 온 법리를 변경하고, 과거 양육비청구권에 대해 곧바로 소멸시효 법리를 적용하여 그 권리를 제한할 법적, 정책적 필요성 및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에서도 과거 양육비에 관한 절대적 보호를 선언한 판례의 태도는 여전히 견지되어야 하고, 이는 정책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의 입장과도 부합한다 할 것이다.
바.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없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전제한 다음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비로소 이루어진 것으로, 이미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결정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에서 든 논거를 보충하면서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의 논거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한다.
가. 종전 판례에 대한 의문, 다수의견의 출발점 1)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립된 법리는 그 자체로 보편성과 일관성, 완결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법리도 예상하지 못한 다양하고 역동적인 현실에 부딪치면 한계점을 드러낼 때가 많다. 이 경우 기존 법리는 수정되거나 새로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법리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현실과 동떨어져 법리 자체의 완결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이 사건은 종전 판례(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다수의견은 종전 판례의 한계에 주목한다. 사안은 단순하다. 32년 전에 이혼한 부부가 70대 후반에 이르러 이미 40대가 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한다. 양육은 20년 전에 종료되었다. 이혼할 당시 양육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지, 상대방이 양육비의 일부를 실제 부담하였는지 확인할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일반적인 채권이라면 소멸시효가 오래 전에 완성되어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종전 판례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권리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기 전에는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여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사자가 살아있는 한 이 사건과 같이 70대 후반이 되더라도 과거 양육비는 언제라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종전 판례의 법리가 여전히 살아있음에도 원심은 이에 반대하고 소멸시효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 타당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3)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의 원만한 양육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양육비에 대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던 판례를 변경하여 과거 양육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양육이 끝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양육비 명목으로 청구하는 1억 원이 넘는 돈이 과연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양육비라고 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이 생존하는 이상 언제라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가? 나아가 협의나 심판청구 등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양육자의 권리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됨에도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양육자의 권리는 소멸시효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가? 그것이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다수의견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구체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4) 다수의견은 결론적으로 종전 판례가 미성년 자녀 또는 양육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해석에 치우쳐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 영구적인 권리를 유례없이 창설한 것으로 본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양육비용의 분담을 구하는 재산적 권리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추상적인 법적 지위라는 논리로 이를 애써 외면하고 앞서 본 구체적인 의문에 대하여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 결과 영속된 사실 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는 사라져 버렸다. 양육자에게는 영구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상대방에게는 일생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하게 하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다수의견은 종전 판례의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단순히 추상적 법적 지위가 아니라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소멸시효의 적용대상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다만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성질상,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본다.
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법적 성질 1)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한다. 이는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이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부부가 공동으로 양육비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양육비 지급에 관한 권리도 발생하므로, 이혼한 부부 중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였을 경우에는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상대방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구상권으로서 재산권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 미성년 자녀의 부양청구권과 동일하므로 친족법상 신분관계가 유지되는 한 그 한도에서 인정되는 신분적 재산권이라고 볼 수 있다.
양육비는 이를 지급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공함으로써 자녀양육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함께 양육하였더라면 자녀양육에 들였을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를 포함한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양육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부모가 실제로 미성년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하지 못하는 경우에 부모의 공동부담으로 이루어져야 할 자녀양육의 물적 기초를 형성하는 권리의 성질을 가진다.
2) 반대의견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기본적으로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추상적인 법적 지위라는 표현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가지고 있는 구상권으로서의 성질을 애써 무시하기 위한 것일 뿐 필연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추상적․구체적 권리로 준별한 최초의 판결인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에서는 협의나 심판이 있기 전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추상적인 청구권’이라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청구권’은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권리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추상적인 청구권’은 소멸시효 대상으로서 ‘권리’의 존재를 표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 자녀가 성년이 되었을 경우 권리 성질의 전환 1)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부담하는 이상 그 양육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당사자의 협의에 의하여 정해지거나,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정해져야 한다. 즉, 부모 중 어느 일방이 직접 양육을 하든지 또는 그 양육비를 부담하든지, 그것은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녀양육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양육비를 포함하여 양육자의 양육에 관한 권리는 자녀의 부양청구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 그 권리는 주로 친족법상 신분관계에 따른 권리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협의 또는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부부가 이혼할 때 그 양육비 부담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육자가 과거 양육비만을 청구하는 경우라도 가정법원은 후견적 기능을 발휘하여 양육자의 지정 및 변경, 장래 양육비의 분담비율이나 분담액 등을 과거 양육비와 함께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양육의무의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과거 양육비청구권만이 독자적으로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협의 또는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추상적인 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고, 친족법상 권리의무 관계로서의 양육의무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독립하여 발현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그 소멸시효도 독자적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 2) 자녀가 성년이 되었을 경우에는 자녀양육에 관한 친족법상 신분관계가 종료하고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녀양육의무도 소멸한다. 이로써 더 이상 양육에 대한 협의나 심판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양육비 금액도 증감변동의 여지가 없이 확정된다. 더 이상 양육비가 실제 양육에 제공된다고 할 수도 없다. 양육자와 상대방 사이에는 순전히 과거 양육비 부담의 정산 문제만이 남게 되므로, 비로소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친족법상 신분관계로부터 독립하여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성립하게 된다. 따라서 자녀가 성년이 되면,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전환되는 것과 같은 실체적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가) 양육이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것’을 말하고,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은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을 문언적으로 보면, 자녀가 성년에 이른 다음에는 이혼한 부모 사이에 자녀의 장래 양육에 관한 처분을 정할 수 없다. ‘자녀의 과거 양육에 관한 처분’으로서 과거 양육비를 산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과거 양육비에 관한 정산 문제에 불과하다. 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청구에서 ‘협의 또는 심판’의 의미와 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청구에서 ‘성년’의 의미를 등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사실상 양육 여부 또는 양육비 지급 여부가 확정되고 그때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성년 자녀의 경우에는 ‘성년’에 이른 때에 양육비 지급에 관한 것으로 양육의 성격이 확정되고 그때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녀가 성년에 이르면 더 이상 미성년 자녀의 경우와 같이 양육의 내용과 범위에 관한 형성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거 양육비청구에서 ‘자녀의 성년’이 가지는 의미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 다)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에는 여전히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보다 소멸시효의 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평가모순의 문제가 남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민법이 가지는 미성년자 보호의 이념이 투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해당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양육에 관한 내용과 범위를 정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기간에 한정하여 협의 또는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용인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반대의견은 가사비송절차의 대상으로서 과거 양육비청구에 대하여 권리의 발생․소멸에 대한 엄격한 재산법적 법리를 적용하거나 소송적 구조를 개입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이 과거 양육비청구 절차를 마류 가사비송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실질적인 구상권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재산법적 법리나 소송적 구조가 곧바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리 과정에서 양육의 경위와 소요된 비용의 액수, 당사자들의 재산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하면 된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마) 반대의견은 직권주의의 지배를 받는 가사비송절차에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등 절차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사비송절차가 기본적으로 직권주의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심리 과정에서 쟁점으로 된 적이 없는데도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심판절차의 비송적인 성격은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직권으로 판단하는 요소가 있다는 데에 중점이 있는 것이고, 개별적인 청구권의 발생․소멸에 관하여 가정법원이 재량을 가지고 판단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라. 자녀의 복리와 소멸시효 제도의 균형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반대의견 모두 그 논의의 중심이 자녀의 복리에 있다는 것은 다름이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자녀의 복리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하면서 민사법상 소멸시효 제도와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별개의견은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가장 충실하다고 할 수 있으나, 부모 중 일방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기간 중에도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시효완성으로 소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의 복리가 희생되는 정도가 가장 크다. 별개의견은 소멸시효 진행을 촉진함으로써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유도할 수 있다고 하나, 그 취지의 정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한부모 가정의 생활환경과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다.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양육의 형태를 매일매일 인위적으로 나누는 것도 양육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반대의견은 미성년 자녀의 보호에 가장 충실하여 자녀의 복리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영구적인 권리를 창설한 것으로서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이혼 이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수십 년이 지나더라도 양육자로 하여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지나치게 해하고, 상대방은 증거의 산일로 인한 방어의 불이익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다수의견은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을 적용함으로써 자녀의 복리와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를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양육자와 상대방 어느 한 쪽에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법리적인 측면과 구체적 타당성 측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