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금융기관이 정리 전 회사로부터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받아 기존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하면서 정리 전 회사와 체결한 약정이 정리 전 회사의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정리 전 회사의 매출채권에 관한 채권양도를 목적으로 한 대물변제의 예약을 체결한 계약으로서 이른바 예약형 집합채권의 양도담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소정의 부인의 대상이 되는 '회사의 행위'의 범위
[3] 금융기관이 정리 전 회사와 사이에 체결한 정리 전 회사의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정리 전 회사의 매출채권에 관한 채권양도를 목적으로 하는 대물변제의 예약의 내용에 따라 예약완결권과 대물변제로 양도·양수할 매출채권의 선택권을 행사하고 정리 전 회사를 대리하여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한 것이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위기부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금융기관이 정리 전 회사로부터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받아 기존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하면서 정리 전 회사와 체결한 약정이 정리 전 회사의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정리 전 회사의 매출채권에 관한 채권양도를 목적으로 한 대물변제의 예약을 체결한 계약으로서 이른바 예약형 집합채권의 양도담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각 호의 규정에 의하면, 회사정리법상의 부인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정리 전 회사의 행위라고 할 것이고, 다만 회사의 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정리 전 회사와의 통모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채권자 또는 제3자의 행위를 회사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채권자 또는 제3자의 행위도 부인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3] 금융기관이 정리 전 회사와 사이에 체결한 정리 전 회사의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정리 전 회사의 매출채권에 관한 채권양도를 목적으로 하는 대물변제의 예약의 내용에 따라 예약완결권과 대물변제로 양도·양수할 매출채권의 선택권을 행사하고 정리 전 회사를 대리하여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한 것이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위기부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372조[양도담보], 제449조, 제607조[2]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3]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참조판례】
【전 문】
【원고,피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이트로닉스 (변경 전 상호 : 해태전자 주식회사)의 관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인천 담당변호사 동상홍)
【피고,상고인】 합병된 동양현대종합금융 주식회사의 소송승계인 동양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임동진 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1997. 8.경 해태전자 주식회사(현재 회사명은 주식회사 이트로닉스, 이하 '해태전자'라고 한다)가 피고로부터 담보제공 없이 신용거래의 형태로 수십억 원 규모의 여신을 제공받고 있던 중 피고에게 단기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자, 피고는 해태전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받아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하고 해태전자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약정(이하 '이 사건 기본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기본약정의 내용은, ①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해태전자의 매출채권을 양도함에 있어 제3채무자와 제3채무자별 채권금액 및 지급기일 등의 명세를 피고에게 제출하고 변동이 있을 때 수시로 보고하며, ② 해태전자가 피고에 대한 채무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경우 피고가 해태전자를 대리하여 채권양도의 통지를 할 수 있고, ③ 해태전자는 채권양도계약서 및 채권양도통지서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백지로 피고에게 제출하고, 피고는 위 채권명세에 따라 양도받을 채권을 확정하고 백지의 채권양도계약서와 채권양도통지서에 제3채무자 및 채권금액을 기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다.
나. 위 약정에 따라, 해태전자는 피고에게 ① 채무자란에만 해태전자의 명판과 대표이사의 인감을 날인하고 연월일란이 백지인 상태로 위 약정내용이 인쇄된 '각서'(갑 제3호증의 1, 2)를 제출함과 동시에, ② 양도인란에 해태전자의 명판과 대표이사의 인감만 날인하고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채권의 종류, 그 금액, 연월일란이 모두 백지인 '채권양도계약서'와 ③ 역시 통지인란에만 해태전자의 명판과 대표이사의 인감을 날인하고 채권의 종류 및 그 금액, 통지서를 수령할 제3채무자란을 모두 공란으로 둔 '채권양도통지서', ④ 그리고 해태전자가 제3채무자들에게 가지는 외상매출금이 기재된 '매출채권명세서'를 각 교부하였다.
다.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교부한 매출채권명세서에는 현대전자산업 주식회사(이하 '현대전자'라고 한다)에 대한 채권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그 후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변동된 매출채권명세를 보고한 사실도 없었다.
라. 해태전자는 1999. 11. 30. 인천지방법원 99회15호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마. 피고는 해태전자와 현대전자 사이의 거래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1999. 12. 2. 이미 백지상태로 교부받은 위 채권양도계약서 및 채권양도통지서의 제3채무자란에는 현대전자를, 채권의 종류란에는 물품대금을, 금액란에는 이십억 원을, 채권양도계약서의 연월일란에는 1998. 2. 18. 및 채권양도통지서의 연월일란에는 1999. 12. 2.을 각 기재하고, 양수인란의 피고의 명칭 옆에는 피고의 대표이사 인장을 날인하여 같은 날 위 통지서를 현대전자에 발송하였으며, 위 통지서는 그 무렵 현대전자에게 도달되었다.
바. 그 후 인천지방법원은 위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받아들여 2000. 2. 10. 11:30에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함과 동시에 소외인과 원고를 정리회사의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하였다.
2. 원고는, 주위적으로 해태전자와 피고 사이의 위 현대전자에 대한 매출채권에 관한 1999. 12. 2.자 양도행위와 현대전자에 대한 채권양도통지행위는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위기부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예비적으로 1999. 12. 2.자 채권양도통지행위는 회사정리법 제80조 제1항에 정한 권리변동의 대항요건 부인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해태전자의 현대전자에 대한 위 매출채권 양도행위와 채권양도통지행위의 취소 및 그 원상회복조치로서 취소 사실을 현대전자에 통지할 것을 청구하고 있다.
3. 이러한 주장과 관련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가. 원심은 먼저 이 사건 기본약정의 성질과 관련하여, 위 약정은 해태전자가 피고의 단기채권의 만기를 연장하여야 할 긴절한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해태전자와 피고가 그 만기연장에 즈음하여 종래의 신용대출을 일종의 담보대출로 전환하면서 그 담보로서 자신의 특정 매출채권을 장차 양수·양도하기로 하는 추상적, 방침적인 약정을 한 것으로서 장차 해태전자가 매출채권명세서를 피고에게 제출하면 그에 기재된 채권에 관하여 피고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피고가 임의로 이를 특정, 양수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위임하기로 하는 포괄적, 기본적인 채권양도계약 혹은 담보제공계약의 성질을 띤 무명계약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이 사건 기본약정에 기하여 양도인란과 통지인란에 해태전자의 명판과 인감만 날인된 채 백지로 된 채권양도계약서 및 채권양도통지서를 교부한 것은 장차 피고가 구체적, 현실적으로 담보를 제공받거나 또는 채무변제를 위하여 매출채권을 양수하고자 할 경우 그때그때 해태전자의 협력 없이도 원활하게 개개의 매출채권에 관한 양도계약이 체결되도록 피고에게 미리 해태전자의 대리권 내지 처분권한을 부여하여 자기대리의 형식으로 채권양도계약이 체결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기본약정의 성질에 관한 위 판단에 기초하여, 이 사건 기본약정만으로는 양도대상 채권, 채권액, 제3채무자, 양도시기, 그 피담보채권 혹은 변제대상채권 등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이어서 구체적인 개개의 채권에 관하여는 채권양도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기본약정에 터잡아 피고가 위임받은 대리권을 행사하여 백지상태로 교부받은 위 채권양도계약서와 채권양도통지서에 그 공란을 보충한 1999. 12. 2.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고와 해태전자 사이에 현대전자에 대한 매출채권에 관한 양도계약이 성립됨과 동시에 그 효력이 발생하였고, 그 대항요건도 피고가 해태전자를 대행 내지 대리하여 위 채권양도통지서를 발송하여 그것이 현대전자에 도달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또한 원심은,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이른바 위기부인(위기부인)의 대상이 되는 '회사의 행위'라 함은 회사가 제3자의 행위에 협력하거나 제3자가 회사의 행위를 대행하는 경우, 또는 제3자의 행위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회사가 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새겨야 할 것인데, 위 사실관계와 이 사건 기본약정, 채권양도계약서 등 서식의 교부행위, 피고의 보충행위의 법적 성질 등에 비추어 보면, 위 1997. 8.경의 이 사건 기본약정과 그에 터잡아 백지를 보충함으로써 1999. 12. 2.자 채권양도계약이 체결되게 한 피고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회사'인 해태전자에 의한 채권양도계약의 체결로서의 실질을 가진다 할 것이고, 대항요건을 갖추기 위한 피고의 통지행위 역시 해태전자를 대리 내지 대행한 것이므로, 결국 '회사'인 해태전자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라. 원심은 결국 해태전자와 피고 사이의 1999. 12. 2.자 채권양도계약 및 그 통지행위는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이후 정리채권자들 사이의 평등에 위배되는 불공평한 담보제공 또는 불공평한 채무소멸에 관한 행위로서 해태전자의 행위 또는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행위이므로,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어 취소되어야 하고, 위 1999. 12. 2.자 채권양도계약이 부인된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그 원상회복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먼저 이 사건 기본약정의 성질에 관하여 보건대, 위 약정은 해태전자와 피고가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서 해태전자의 특정 매출채권을 장차 양도·양수하기로 하는 추상적, 방침적인 약정을 하면서 장차 피고가 해태전자를 대리하는 자기대리의 형식으로 해태전자의 매출채권을 특정하여 양도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 내지 처분권한을 부여한 계약이 아니라, 해태전자와 피고가 해태전자의 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해태전자의 매출채권에 관한 채권양도를 목적으로 한 대물변제의 예약을 체결한 계약 이른바 예약형 집합채권의 양도담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예약을 일방적으로 완결할 수 있는 예약완결권을 피고에게 부여함과 동시에 해태전자가 매출채권명세서에 기재한 매출채권 중에서 대물변제로 양도·양수할 매출채권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피고에게 부여하기로 하는 한편 피고가 위 선택권과 예약완결권을 행사할 경우 그 실효성과 편의를 위하여 피고가 해태전자를 대리하여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할 수 있도록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그 대리권을 부여한 계약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기본약정에 의하여, 피고는 대물로 할 해태전자의 매출채권을 선택하는 선택권, 대물변제 예약을 완결하여 채권양도계약을 성립시키는 예약완결권을 취득함과 더불어 해태전자를 대리하여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그러므로 피고가 1999. 12. 2.에 한 행위는 이 사건 기본약정에서 주어진 위 매출채권 선택권과 예약완결권을 행사한 것으로서 피고의 행위이고, 원고가 부인권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해태전자의 채권양도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 한편,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각 호의 규정에 의하면, 회사정리법상의 부인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정리 전 회사의 행위라고 할 것이고, 다만 회사의 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정리 전 회사와의 통모 등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채권자 또는 제3자의 행위를 회사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채권자 또는 제3자의 행위도 부인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고 할 것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정리 전 회사인 해태전자와 통모하여 위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의 예약완결권 행사행위를 해태전자의 행위와 동일시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1999. 12. 2.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현대전자에 대한 매출채권을 양도하는 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그 행위가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위기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라.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1999. 12. 2.자 예약완결권 행사행위를 부인할 수 없는 이상, 같은 날 피고가 해태전자를 대리하여 현대전자에 매출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한 행위는 위 예약완결권의 행사로 효력이 발생한 매출채권의 양도사실을 통지하여 그 채권양도의 대항력을 갖추는 행위이므로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가 부인의 요건으로 정한 "정리채권자 등을 해하는 행위와 담보의 제공 또는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원고는 예비적으로 회사정리법 제80조 제1항을 매출채권양도행위에 대한 부인의 근거로 주장하지만(원심은 원고의 주위적 주장을 받아들였으므로 예비적 주장에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 회사정리법 제80조 제1항은 "지급의 정지 또는 파산, 화의개시, 정리절차개시의 신청이 있은 후 권리의 설정, 이전 또는 변경으로써 제3자에 대항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한 경우에 그 행위가 권리의 설정, 이전 또는 변경이 있은 날로부터 15일을 경과한 후 악의로 한 것인 때에는 이를 부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가 해태전자를 대리하여 현대전자에게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한 행위는 예약완결일로부터 15일 이내의 행위임이 명백하므로 원고가 이에 대하여 위 규정상의 부인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마. 그렇다면 이와 다른 견해에서 1999. 12. 2. 해태전자와 피고 사이에 채권양도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이와 동일시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채권양도 행위와 채권양도 통지행위에 대한 원고의 부인권행사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분명 예약형 집합채권 양도담보와 회사정리법상의 부인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다만,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선택한 현대전자에 대한 해태전자의 매출채권은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교부한 매출채권명세서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것이므로 그러한 선택이 기본약정의 취지에 맞는 유효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새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