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ㆍ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한 경우,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상표법은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함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ㆍ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이하 ‘후출원 등록상표’라고 한다)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①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는 한편(상표법 제89조), 제3자가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경우 이러한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상표법 제107조, 제108조 제1항).
② 상표법은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ㆍ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상표등록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만이 그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35조 제1항),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등록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제외한다)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로서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제34조 제1항 제7호). 이와 같이 상표법은 출원일을 기준으로 저촉되는 상표 사이의 우선순위가 결정됨을 명확히 하고 있고, 이에 위반하여 등록된 상표는 등록무효 심판의 대상이 된다(제117조 제1항 제1호).
③ 상표권자ㆍ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는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경우에 그 사용 상태에 따라 그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권ㆍ실용신안권ㆍ디자인권 또는 그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발생한 타인의 저작권(이하 ‘선특허권 등’이라 한다)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선특허권 등의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지정상품 중 저촉되는 지정상품에 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상표법 제92조). 즉, 선특허권 등과 후출원 등록상표권이 저촉되는 경우에, 선특허권 등의 권리자는 후출원 상표권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지만, 후출원 상표권자가 선특허권 등의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사용하면 선특허권 등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나)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의 경우 선발명, 선창작을 통해 산업에 기여한 대가로 이를 보호ㆍ장려하고자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상표권과 보호 취지는 달리하나, 모두 등록된 지식재산권으로서 상표권과 유사하게 취급ㆍ보호되고 있고, 각 법률의 규정, 체계, 취지로부터 상표법과 같이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한다는 기본원리가 도출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참조조문】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제35조 제1항, 제89조, 제92조, 제107조, 제108조 제1항, 제117조 제1항 제1호
【참조판례】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 문】
원심판결 중 금원 지급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2014. 9. 5. 표장에 관하여 지정상품 및 지정서비스업을 상품류 구분 제09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류 구분 제42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 등으로 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2014. 12. 18. 상표등록을 받았다(등록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라고 한다).
나. 피고는 2015. 12. 18. 설립되어 컴퓨터 데이터 복구 및 메모리 복구업, 컴퓨터 수리 및 판매업 등을 하면서 , , 와 같은 형태의 표장을 사용하였다(이하 ‘피고 사용표장’이라고 한다).
다. 원고는 2016. 6. 13. 피고를 상대로 ‘데이터팩토리’, ‘DATA FACTORY’ 표장의 사용 금지 등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16. 8. 10. 표장에 관하여 지정상품 및 지정서비스업을 상품류 구분 제09류 이미지 및 문서 스캔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서비스업류 구분 제42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업 등으로 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2017. 8. 8. 상표등록을 받았다(등록번호 2 생략, 이하 ‘피고 등록상표’라고 한다).
2. 쟁점
원고는 피고 사용표장이 이 사건 등록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그 사용의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 사용표장은 이 사건 등록상표와 그 표장 및 서비스업이 유사하지 않고, 최소한 피고 등록상표의 등록일 이후에는 등록상표권의 정당한 사용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 등록상표의 등록 이후 피고 사용표장의 사용이 후출원 등록상표의 사용으로서 이 사건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부정되는지 여부이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다음과 같은 상표권의 효력과 선출원주의, 타인의 권리와의 관계 등에 관한 상표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상표법은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함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ㆍ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이하 ‘후출원 등록상표’라고 한다)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1)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는 한편(상표법 제89조), 제3자가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경우 이러한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상표법 제107조, 제108조 제1항).
2) 상표법은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ㆍ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상표등록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만이 그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35조 제1항),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등록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제외한다)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로서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제34조 제1항 제7호). 이와 같이 상표법은 출원일을 기준으로 저촉되는 상표 사이의 우선순위가 결정됨을 명확히 하고 있고, 이에 위반하여 등록된 상표는 등록무효 심판의 대상이 된다(제117조 제1항 제1호).
3) 또한 상표권자ㆍ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는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경우에 그 사용 상태에 따라 그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권ㆍ실용신안권ㆍ디자인권 또는 그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발생한 타인의 저작권(이하 ‘선특허권 등’이라 한다)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선특허권 등의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지정상품 중 저촉되는 지정상품에 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상표법 제92조). 즉, 선특허권 등과 후출원 등록상표권이 저촉되는 경우에, 선특허권 등의 권리자는 후출원 상표권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지만, 후출원 상표권자가 선특허권 등의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사용하면 선특허권 등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나.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의 경우 선발명, 선창작을 통해 산업에 기여한 대가로 이를 보호ㆍ장려하고자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상표권과 보호 취지는 달리하나, 모두 등록된 지식재산권으로서 상표권과 유사하게 취급ㆍ보호되고 있고, 각 법률의 규정, 체계, 취지로부터 상표법과 같이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한다는 기본원리가 도출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다. 이와 달리 후출원 등록상표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권 실시행위로서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사용하는 것은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277 판결,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54434, 54441(병합)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라.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와 피고 사용표장은 그 표장 및 서비스업이 모두 유사하다고 보고, 피고 등록상표가 등록된 2017. 8. 8.부터는 피고도 이 사건 등록상표와 유사한 피고 등록상표의 정당한 권리자로서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마.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결에 표장 유사 판단에서의 요부 및 보통명칭의 판단, 서비스업의 유사 여부, 후출원 등록상표 사용의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금원 지급 청구 부분에 관한 직권판단
가. 기록 및 원심판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제1심에서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의 손해배상으로 107,767,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였고, 제1심은 손해액을 10,000,000원으로 산정하여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2) 원고는 원심 2018. 5. 30.자 준비서면에 ‘피고의 상표권 침해행위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명시적 일부청구로서 2017. 12. 31.까지의 손해배상을 구한다.’는 의사를 기재하였고, 위 준비서면이 원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 진술되었다. 그러나 원고는 2017년도 손해배상청구액을 특정하여 그에 따라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지는 않았다.
3) 원심은 판결 이유에서는 2016. 1. 1.부터 2017. 12. 31.까지의 손해발생 사실과 위 기간 동안 손해액 총 20,000,000원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설시하면서,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의 손해액을 10,000,000원으로 인정한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에 대한 원고 항소의 일부를 인용하여 손해액 10,000,000원을 추가로 인용하고,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한 피고 항소를 기각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제1심에서 판단을 구한 2016년도 손해배상에 더하여 2017년도에도 피고의 상표권 침해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을 원인으로 이 기간 동안의 손해배상을 추가로 구하고자 하는 의사를 명백히 한 반면 2017년도 부분의 청구금액을 특정하고 그에 따라 청구취지를 확장하는 절차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원고로 하여금 적법한 청구의 변경 절차를 밟아 청구금액을 명확히 특정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한편 항소심에서 청구가 확장된 경우 항소심은 확장된 청구에 대하여는 실질상 제1심으로서 재판하여야 하므로, 확장된 청구에 대한 원고 주장의 당부를 심리ㆍ판단하여 원고 항소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주문 표시를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다1521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은 항소심에서 적법한 청구의 확장 절차가 없었던 2017년도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대하여 판결 이유에서는 이를 인용하는 취지의 판단을 하는 한편, 판결주문에서는 그에 대한 판단을 표시하지 않은 채 원고와 피고의 쌍방의 항소에 대하여만 주문 표시를 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 따르면,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 기간에 대하여 원심이 인정한 손해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 취지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다. 결국 금원 지급 청구에 관한 원심판결에는 청구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권 불행사, 이유불비 또는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있으므로 직권으로 이를 파기한다. 이 부분에 관한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금원 지급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상표권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가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먼저 특허법과 실용신안법에 관하여 본다.
가) 특허법과 실용신안법은 출원 전에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과 고안 등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특허법 제29조 제1항, 실용신안법 제4조 제1항), 선출원주의를 택하여 동일한 발명 또는 고안에 대하여 먼저 출원한 자만이 등록을 받도록 함으로써(특허법 제36조, 실용신안법 제7조), 출원일을 기준으로 저촉되는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 사이의 우선순위가 결정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위반하여 등록된 특허 또는 실용신안은 등록무효 심판의 대상이 된다(특허법 제133조 제1항, 실용신안법 제31조 제1항).
나) 종래 구 특허법(1986. 12. 31. 법률 제3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 제3항은 “특허권자, 전용실시권자 또는 통상실시권자(이하 ‘특허권자 등’이라고 한다)는 특허발명이 그 출원한 날 이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발명 등록실용신안 또는 등록의장을 이용하거나 이들과 저촉되는 경우 그 특허권자ㆍ실용신안권자ㆍ의장권자의 동의를 얻거나 제5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자기의 특허발명을 업으로써 실시할 수 없다.”라고 하여 특허권과 특허권 또는 이와 동종의 권리인 실용신안권의 저촉관계에 관하여도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가 없으면 침해가 성립함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1986. 12. 31. 개정에서 후출원 특허권과 선출원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 상호 간의 저촉관계는 무효심판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비판 등을 수용하여 이 부분이 삭제되었다. 이후 조문 번호가 변경되고, 선출원 권리로 상표권이 추가되는 등의 개정 과정을 거쳐 현행 특허법(2014. 6. 11. 법률 제12753호로 개정된 것) 제98조는 “특허권자 등은 특허발명이 그 특허발명의 특허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발명ㆍ등록실용신안 또는 등록디자인이나 그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을 이용하거나 특허권이 그 특허발명의 특허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특허권자ㆍ실용신안권자ㆍ디자인권자 또는 상표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는 자기의 특허발명을 업으로서 실시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개정을 통해 후출원 특허와 선출원 특허 또는 실용신안의 저촉관계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긴 하였으나, 특허법은 후출원 특허권이 타인의 동종 또는 이종의 선출원 등록권리와 이용관계에 있거나 타인의 이종의 선출원 등록권리와 저촉관계에 있는 경우에 선출원 권리가 우선하고 후출원 특허권자 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여전히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특허법 개정을 후출원 특허와 선출원 특허 또는 실용신안의 저촉관계의 경우에는 선출원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정당한 권리의 실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겠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이용ㆍ저촉관계와의 형평상 선출원 특허권자 또는 실용신안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후출원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 역시 침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는 특허법 제98조에 대응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실용신안권(실용신안법 제25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 특허법은 자기의 특허발명이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특허권을 신뢰하여 실시사업을 하거나 실시 준비 중인 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104조에서,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둘 이상의 특허 또는 특허와 실용신안이 등록된 경우 특허권자 또는 실용신안권자가 특허 또는 실용신안등록에 대한 무효심판청구의 등록 전에 자신의 특허발명 또는 등록실용신안이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국내에서 그 발명 또는 고안의 실시사업을 하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었다면, 그 특허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지거나 특허나 실용신안등록이 무효로 된 당시에 존재하는 특허권의 전용실시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용신안법 제26조도 고안에 관하여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른 법정 통상실시권 성립의 주장은 청구원인인 특허권 침해의 성립을 전제로 한 항변에 해당한다. 그 항변의 성립 요건인 ‘특허에 관한 무효 심결의 확정, 무효심판청구의 등록 전 그 발명 또는 고안의 실시사업 또는 준비, 선의’라는 점이 주장ㆍ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유상의 통상실시권이 인정되는 것이고, 청구원인인 특허권 침해 성립은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후출원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의 실시가 선출원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과 저촉될 경우 침해가 성립하는 것과 논리 모순되지 않는다.
2) 다음으로 디자인보호법에 관하여 본다.
가) 디자인보호법 역시 출원 전에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된 디자인 등에 대해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 선출원주의를 택하여(디자인보호법 제46조), 출원일을 기준으로 저촉되는 디자인권 사이에 우선순위가 결정됨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에 위반하여 등록된 디자인권은 등록무효 심판의 대상이 된다(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1항).
나) 디자인보호법 제95조 제1항은 “디자인권자ㆍ전용실시권자 또는 통상실시권자(이하 ‘디자인권자 등’이라고 한다)는 등록디자인이 그 디자인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ㆍ특허발명ㆍ등록실용신안 또는 등록상표를 이용하거나 디자인권이 그 디자인권의 디자인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권ㆍ실용신안권 또는 상표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디자인권자ㆍ특허권자ㆍ실용신안권자 또는 상표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거나 제123조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자기의 등록디자인을 업으로서 실시할 수 없다.”라고 하여, 후출원 디자인권과 동일한 디자인의 실시가 타인의 동종 또는 이종의 선출원 등록권리와 이용관계에 있거나 타인의 이종의 선출원 등록권리와 저촉관계에 있는 경우에 선출원 등록권리가 우선하고 후출원 디자인권자 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디자인권자 등은 그 등록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이 그 디자인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ㆍ특허발명ㆍ등록실용신안 또는 등록상표를 이용하거나 그 디자인권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이 디자인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디자인권ㆍ특허권ㆍ실용신안권 또는 상표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디자인권자ㆍ특허권자ㆍ실용신안권자 또는 상표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거나 제123조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자기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을 업으로서 실시할 수 없다.”라고 하여, 후출원 등록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의 경우에는 선출원 디자인권과 이용관계의 경우뿐만 아니라 저촉관계의 경우에도 선출원 디자인권이 우선하고 후출원 디자인권자 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 이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취지, 등록된 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이 선출원 디자인권과 저촉되는 경우와의 형평 등을 고려하면, 후출원 디자인권자 등이 선출원 디자인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후출원 등록디자인과 동일한 디자인을 실시한 경우에도 선출원 디자인권에 대하여 침해가 성립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이와 같이 지식재산권법은 전체적으로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선원이 우선함을 근간으로 하여 구축되어 왔다. 독일, 미국 등의 주요 국가들 역시 서로 저촉하는 지식재산권 사이에서 선원이 우선한다는 선원우위의 원칙을 전제로 후출원 권리의 행사가 선출원 권리와 저촉될 경우 선출원 권리에 대한 침해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입장이 지식재산권법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국제적 입법례와 실무에서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서로 저촉하는 지식재산권 사이에서 선원이 우선한다는 법리를 채택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논리가 일관되고 명쾌하며 법적 안정성을 가져온다는 장점도 있다.
이 판결과 달리 후출원 등록권리자의 등록권리 실시 또는 사용을 침해로 보지 않으면, 동일한 실시 또는 사용 행위에 대하여 등록 전후를 기준으로 침해 성립 여부에 관한 법률적 평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후출원 등록권리자의 등록권리 실시 또는 사용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보아 최종적으로 침해 책임을 부담시킨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불합리함은 여전히 남게 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상표 사용 의사에 따라 계속되고 있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자의 일련의 상표 사용 행위에 대하여 상표등록 전에는 침해가 성립하였다가, 상표등록 후에는 원칙적으로 침해가 성립하지 않으나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권리남용 재항변이 있는 경우 그 인용 여부에 따라 침해 책임 부담 여부가 결정되게 되는 것이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후출원 등록상표권자의 계속된 동일한 상표 사용 행위에 대하여 고의가 인정될 경우 상표등록 전에는 침해죄가 성립하는데, 상표등록 후에는 침해죄의 성립이 부정된다. 상표등록무효 심결이 확정될 경우에는 다시 침해죄가 성립하는데, 이러한 경우라도 등록 후 등록무효 확정 전 행위에 대하여까지 등록무효 심결 확정의 소급효를 들어 침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행위 당시 처벌되지 않던 것을 소급하여 처벌하게 되는 문제가 있어 이를 허용하기도 어렵다.
이상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